영화 <화차> 리뷰
누군가를 찾는 사람과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교차되며 영화가 시작된다. 문호는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선영을 찾아 나서고 흔적을 찾으면 찾을수록 아무 흔적도 없는 모습에 혼란스러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낀다. 알면 알수록 궁금증이 생기는 선영의 정체는 문호와 종근이 쫓아가며 드러나기 시작하고 선영이 가지고 있던 사연도 서서히 밝혀진다. 알면 알수록 과연 자신이 사랑한 선영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선영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믿음을 위해 쫓고, 살기 위해 도망가는 두 사람은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탓에 결코 같은 마음이 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지옥 같은 삶은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 깊은 지옥에 빠지게 되는 모순을 가지게 된다. 문호가 그토록 알고 싶었던 선영의 본모습이었다. 수많은 배신과 믿을 수 없는 주변에 살아야 했던 선영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수많은 선택들은 그로 하여금 화차에서 결코 내려올 수 없게 만들었다.
선영의 목소리보다는 문호의 시선에서 바라본 선영의 과거 묘사로 인해 깊게 빠져들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졌다. 이 영화의 원작 '화차'에서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선영의 전반적인 삶의 비극과 고통이 결말에서 조차 허무하게 느껴지는 마무리는 지금까지 올려놓았던 영화의 전개가 다소 힘 빠진다. 마지막까지도 문호가 사랑했던 그때의 선영의 모습으로 남은 게 아닐까.
타인에 의해 불행의 수렁으로 빠졌던 그가 자신에 의해 다시 불행으로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