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레이 그라운드> 리뷰
새로운 공간의 낯섦과 익숙한 존재와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한 두려움은 눈물 짙은 감정으로 되돌아왔다가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북적북적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 노라는 어색함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겨우 말을 내뱉는다. 그 후에도 주위를 계속 돌아보며 익숙한 존재를 찾고 온기만으로도 든든했던 오빠 아벨을 발견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 평화로움과 즐거움으로 가려졌던 '플레이 그라운드'가 사실 폭력으로 점철된 공간이었다는 것을 목격한 노라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유 모를 괴롭힘 앞에 놓인 무력한 자신과 무관심한 주변으로 가득 채워져 오직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 만이 남아있었다. '플레이 그라운드'는 다시 이들에게 평화롭고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노라는 점점 낯선 공간에서 익숙함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아벨은 익숙한 공간에서 반복되는 폭력으로 인해 침묵을 유지하여 상처도 마음도 숨기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런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노라는 주변에 손을 뻗지만 무관심한 시선이 돌아온다. 심각한 상황이 돼서야 노라가 바라봤던 시선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어른이 개입할수록 더 악화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온전한 도움을 바랄 수 없게 된 현실에 그 존재마저 부정하게 된다.
넓디넓은 공간에서 어른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서 펼쳐져 더욱 잔혹함이 짙게 느껴진다. 어떤 밀폐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펼쳐질 수 있는 학교 폭력 문제를 담아내었다. 손을 뻗어도 한없이 먼 어른이라는 거리를 통해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저항 없이 밀려나는 허무함 그 후의 행동은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백지와 같은 아이들의 공간을 조금씩 채워가지만 유난히 낮은 시선 뒤의 무기력함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어른들이 방관한 세계는 작은 세계에도 침투하여 잘못된 혐오와 차별의 말이 쏟아지는 데에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게 한다. 당연한 진리처럼 자리 잡은 다수의 폭력은 그 앞의 개인이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 인물만 바뀔 뿐 또 다른 모습의 폭력의 대물림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력을 이용하는 비극 앞에서 우리의 선택만이 그 비극의 꼬리를 잘라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