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파더> 리뷰
불안정한 시선이 이동하며 극도의 불안감이 영화 너머 관객에게도 느껴진다. 현실인지 환각인지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영화의 체험적 연출은 간접적 경험에 충분함을 심어주며 이해가지 않았던 상황들을 뒷부분에서 채워준다. 카메라에 담긴 시선은 담백하고 고정적이며 편견을 담지 않아 더욱 매끄럽다. 가족의 시선이 아닌 앤서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의 새로운 연출이 더욱 인상적이다. '치매'라는 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기에 보면 볼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앤의 시선에서도 안소니의 시선에서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
두 갈래로 나뉜 영화의 전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나아간다. 특정한 공간의 이동이 현실인지 환각인지 조차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혼란스럽다. 그 대목은 앤이 앤서니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점차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딸이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간 속에 갇혀버린 아버지는 현재로도 과거로도 가지 못해 아이처럼 누구인지도 모를 이에게 안겨 엉엉 울어버린다. 그것이 아버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자식들이 뺨을 때리는 충격만큼이나 두려운 것일 테니.
영화 곳곳에 펼쳐지고 있는 어떠한 감정들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다. 쓸쓸하게 묻어 나오는 감정은 앤에서 앤서니로 옮겨갔을 때, 더욱 황망하게 느껴진다. 언제나 주변의 환경을 주도했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인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으며 한없이 약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조금씩 떨어져 가는 잎사귀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기에 더 아프게 느껴진다. 웅장했던 나무가 계절이 지나 색이 바래지고 떨어지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처럼 시간도 지나갈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전에 다시 의아함을 불러오는 혼란스러움에 당혹스러워지는 영화의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순간, 이상을 넘어서는 굉장한 이야기가 펼쳐지며 만족감을 손에 쥐어준다. 그들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영화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소재의 힘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홀로 갇힌 감정과 그 주변을 배회하는 한 사람을 그린 이 흡입력을 몸소 느끼고 싶다면 ‘더 파더’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