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바위

2020. 02 作

by 포공영

행복한 바위



나비가 앉았다

다람쥐가 올랐다

박새가 숨었다

배암이 똬리를 틀었다

넉살 좋은

해 아저씨 꾸벅 졸았다

노을이 물들었다

땅거미 내려왔다

바람이 스치었다

떡갈나무 이파리 나리었다

별빛이 기웃댔다

맘씨 좋은

달 아줌마 노닐었다 가는

깊은 산속 큰 바위는

낮에도

밤에도 항상 행복합니다.



2020. 02 作


<시에 얽힌 사연1>


2023년 경인가, 모 시인이 똑같은 제목과 발상으로 쓴 동시를 책으로 출간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습작기에 내가 썼던 동시의 제목 뿐 아니라 시상이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한 원로 시인에게 여쭈니 표절은 아니란다. 그래도 내가 먼저 등단했더라면 내가 먼저 발표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사람의 생각이란 대개 비슷비슷하다는 걸 느끼게 해 준 동시다. 달리 말하면 똑같은 제목과 주제라도 결국 시상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냐가 글을 쓰는데 중요한 변별력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작품을 더 선호할 지는 순전히 독자가 판단할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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