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은 어머니가 오랫동안 키워온 꽃입니다.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서 피고 지기를 반복하던 꽃입니다. 환한 어머니 얼굴을 닮았습니다.
군자란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돌봐주는 이가 없자 겨울에 꽁꽁 얼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나서 동생집에서 화분을 가져왔습니다.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겨우내 언 잎들을 잘라내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습니다.
앙상하고 볼품없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소생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군자란은 몇 남지 않은 어머니의 유산입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1년.
드디어 새 잎이 났습니다. 첫 잎입니다. 이때의 기쁨이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적이었습니다. 군자란이 나, 죽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희망의 징표였습니다.
이제 살았으니 곧 꽃을 피우리란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진홍색 꽃들이 초록잎 사이로 올라오기를 목 빼고 기다렸습니다. 1년 , 2년, 3년....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녀석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갈수록 잎줄기는 무성해졌지만 꽃소식은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몇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꽃이 피지 않는 걸까요?"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주진 않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보세요."
그들의 말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기다릴 수 있다는 게,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습니다.
올봄에 한 분이 군자란 꽃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예쁜 진홍색입니다. 반가웠지만 못내 아쉬웠습니다. 거실에 놓인 군자란 곁으로 가 보았습니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틀린 모양이군.'
그렇게 몇 달이 지났습니다.
어제, 뜻하지 않게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지만 선명한 어머니의 꽃, 군자란이 마침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진홍색 꽃망울을 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6년만입니다. 다 죽어가는 꽃을 가져와 수년간 마냥 꽃피기를 학수고대했는데 기어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형제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습니다. 나만큼이나 기뻐할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자란 꽃사진을 보내준 분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보냈습니다.
오늘 아침엔 꽃이 하나 더 삐죽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내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습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꽃을 보면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좋아하실 것 같아 가슴이 벅찹니다.
#군자란
#어머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