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향해 우산을 펴자!

-그림책 <아저씨 우산>

by 심월


아저씨는 우산이 아까운 나머지 우산을 펴지 않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그냥 비에 젖은 채 걸어갑니다. 우산이 젖기 때문입니다. 빗발이 굵어지면 처마 밑에 들어가 비가 그치길 기다립니다. 우산이 젖기 때문이지요. 비 오는 날엔 아예 바깥에 나가지 않습니다.


비가 몹시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펼 법도 한데 다른 사람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가 같이 쓰자고 합니다. 버젓이 우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이지요. 당연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비바람이 불어 우산이 뒤집히는 광경을 보면 바깥에 나가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우산에 대한 아저씨의 태도가 바뀌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비가 오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우산을 쓰고 아저씨 앞을 지나갑니다. 아이들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비가 내리면 또롱 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며 참방 참방 참~방.”


그 노래는 아저씨의 귀를 자극합니다. 호기심을 느낀 아저씨는 아이들의 노래가 사실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급기야 비에 젖는 걸 그토록 싫어하던 아저씨는 아끼던 우산을 활짝 폅니다. 잠시 뒤, 아이들의 노래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아저씨는 어린아이처럼 신나 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내는 또롱 소리, 많은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걸을 때마다 나는 참방 소리에 매료됩니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 비 맞은 우산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우산을 접습니다. “비에 푹 젖은 우산도 그런대로 괜찮군. 무엇보다도 우산다워서 말이야.” 비로소 아저씨는 우산의 쓰임, 우산의 본질을 깨닫습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의 그림책 <아저씨 우산>입니다. <백만 번 산 고양이>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에서처럼 이 그림책도 머리를 띵하게 울리는 자극과 반전이 묘미입니다. 사노 요코 특유의 유머, 그 속에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잘 담긴 수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열렬히 좋아합니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이 늘 그렇듯이 <아저씨 우산>도 읽은 독자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그 질문 중의 하나가 이겁니다. ‘아까워 쓰지 못하는 당신의 우산은 뭔가요?’


그림책명상 세션에 참여한 분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분은 우산은 그릇이라고 합니다. 사놓고 아까워 한 번도 써 보지 못했다면서. 그분은, 접시는 그림처럼 모셔두는 게 아니라 사용할 때 진가를 드러낸다는 걸 깨달았다며 당장 사용하겠다고 하여 다른 분들을 웃게 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옷이라고 하고 또 어떤 분은 돈이라고 하셨습니다. 돈이라고 말한 참여자는 가족들을 위해선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썼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선 옷 한 벌, 구두 하나 제대로 사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자신이 미련해 보인다고 하면서. 다행스러운 건 그러한 자신을 자각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겠지요.


저도 새로운 옷이나 구두를 사면 바로 사용하지 않고 묵히는 버릇이 있습니다. 왠지 조금 겁이 나고 망설이게 됩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아껴 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습관인 것 같은데 영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지나야 꺼내 입거나 신게 됩니다. 이제는 새 물건을 방치하는 일은 줄어들었습니다. 시쳇말로 ‘똥’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취업을 할 것이냐 진학을 할 것이냐로 고민하는 딸에게 이 그림책 이야기를 해주면 물었습니다. “너에게 우산은 뭐니?” 딸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제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딸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너에게 우산은 인생이 아닐까. 이런저런 이유로 생각이 많아져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과감하게 우산을 펴 봐. 짧은 인생, 너무 망설이지 말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도전해 봐. 이 세상에 늦은 건 없으니까!"


딸아이가 물끄러미 저를 보더니 곧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그 후 딸아이는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습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현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불러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불안이 가중되어 주저하고 망설이게 됩니다. 망설임이 심해지면 두려움에 발목을 잡히게 되지요. 결국엔 우산 펴는 일이 점점 늦춰집니다. 정작 꽃 피워야 할 순간을 놓치고 살아가게 됩니다. 원치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요.

1백 퍼센트 완벽한 순간이란 환상입니다. 우산은 가슴에 품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라 비가 올 때 펴는 물건입니다. 그게 우산의 본질이지요.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림책 <아저씨 우산>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보입니다. 우산을 펴듯, 인생을 펴세요! 그게 현재를 내 안으로 가져와 꽃을 피우게 해 준답니다.


오늘, 아끼고 감추었던 우산을 펴 볼까요? 내 안에서 또롱 또롱 또로롱, 참방 참방 참~방 하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니까요. 아마 그때가 나다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신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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