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이 우리를 완성한다

나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

by 심월


조금엽 시인의 〈단추 하나〉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 번째 단추가 결석을 했습니다

마음먹고 산 옷이건만

단추가 떨어진 옷은

입을 수가 없습니다


단추 하나쯤 없다고 해서 큰일이 날까 싶지만, 막상 단추가 빠진 옷은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자꾸 붙잡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이 사소한 장면 속에서 통찰을 길어 올립니다. 눈에 잘 띄지 않던 작은 존재 하나가 전체를 어떻게 지탱하고 있었는지를, 그 빈자리를 통해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제 자리를 지키는 작은 단추 하나가

옷을 옷답게 하고

옷의 값어치와 품위를 지켜준다


우리의 삶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존재지만 그것이 있어야 비로소 전체가 제 모습을 갖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삶을 지탱하는 것은 오히려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 것들입니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그 자리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들 말이지요.


이를테면 걷는 일이 그렇습니다. 발가락이나 발목을 접질려 본 뒤에야 알게 됩니다. 아무렇지 않게 내딛던 한 걸음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요. 그제야 우리는, 늘 곁에 있었기에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립니다. 작고 사소해 보였던 것이 사실은 전체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였다는 것을요.


이러한 깨달음은 프랑스 작가 이자벨 카리에의 그림책 《아나톨의 작은 냄비》에서도 이어집니다. 아나톨은 태어날 때부터 작은 냄비 하나를 끌고 살아갑니다. 그 냄비는 그에게 핸디캡이자 콤플렉스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나톨은 늘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 앞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때로는 그것을 짐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마음껏 뛰어놀 수도 없고, 달그락거리는 소리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답답함이 쌓이면 화를 내고, 그럴수록 점점 자신을 작게 느끼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지는 순간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나톨 곁에는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냄비를 없애주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냄비를 감출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주고, 아나톨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조용히 곁을 지켜줍니다.


그 과정에서 아나톨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조금씩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냄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로만 남지 않습니다. 그는 마침내 그 냄비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작은 단추가 옷을 완성하듯, 아나톨에게는 그 작은 냄비가 삶의 모양을 바꾸어 놓습니다. 단추는 없어졌을 때 비로소 그 자리를 드러내고, 냄비는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의미를 드러냅니다. 하나는 부재를 통해, 다른 하나는 수용을 통해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삶을 이루는 것은 완벽하게 갖추어진 상태가 아니라, 그 안에 놓인 작은 요소들과 불편함까지 포함된 전체라는 사실을요.


우리의 삶은 완전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과 불편한 것까지 제자리에 놓일 때 비로소 하나의 모양을 갖춥니다. 사소해서 잊고 지냈던 것들, 불편해서 밀어내고 싶었던 것들이 오히려 삶의 결을 이룹니다.


불완전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을 때, 삶은 조용히 다른 풍경을 열어 보입니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됩니다. 불완전함이야말로 우리를 완성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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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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