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했다는 것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

by 조용한 심리학

퇴근길 지하철 안.

핸드폰을 꺼내려다 문득 멈췄다.


오늘 하루를 떠올려봤다.

아무도 나한테 화내지 않았다.

큰 실수도 없었다.

몸이 아프지도 않았다.


그게 다였다.

별로 대단할 것 없는 하루.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별것 없음'이 갑자기 고맙게 느껴졌다.


■ "별일 없었어"라는 말 속 진심


누군가 오늘 어땠냐고 물으면

우리는 습관처럼 대답한다.


"그냥 그랬어."

"별일 없었어."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큰 사고는 없었어.'

'무너지지 않고 버텼어.'

'오늘도 어떻게든 살아냈어.'


별일 없던 하루.

그게 사실은 가장 좋은 하루다.


■ 아무 일도 없었다는 안도감


어떤 날들은

특별한 성과도, 감동적인 장면도 없다.


그저 출근해서 일하고,

밥 먹고, 집에 와서 씻고,

잠들 준비를 한다.


완벽하게 평범한 하루.


그런데 이 평범함이 얼마나 귀한 건지.

불안정한 세상에서

"오늘도 무탈하게 지나갔다"는 것만큼

큰 행운도 없다.


누가 쓰러지지 않았고,

갑자기 나쁜 소식이 날아오지 않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거면 됐다.

정말로, 그거면 충분하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오늘


가끔 나는

하루를 너무 높은 기준으로 평가한다.


'뭘 이뤘나?'

'생산적이었나?'

'의미 있게 보냈나?'


이런 질문들로 하루를 채점하면

늘 낙제점이 나온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무사히 지나왔나?'

'견뎌냈나?'

'여기까지 왔나?'


그럼 답은 명확하다.

그렇다.

나는 오늘도 해냈다.


중간에 흔들렸어도,

조금 쉬어갔어도,

결국 나는 오늘을 완주했다.


■ 나만의 이유로 살아낸 하루


어떤 사람은

오늘을 뜨겁게, 바쁘게 보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냥 숨만 쉬며 겨우 견뎠을 것이다.


어떤 하루든 상관없다.

각자에게는 살아낼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게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마무리해야 할 일일 수도,

그냥 '나 자신'일 수도 있다.


누구한테 말하지 않았지만

작은 다짐 하나 품고 버틴 하루였다면,


그건 그 자체로 충분한 이유다.

■ 잠들기 전, 나에게 건네는 인사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나는 가끔 혼잣말을 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잘 버텼어."


누가 들으면 오글거릴 만한 말이지만,

이 한마디가 쌓였던 피로를 조금씩 풀어준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조차 내가 별로라고 생각해도,


그 인사 한 줄은

오늘의 나를 끝까지 데려온

마지막 문장이 된다.


■ 당신의 오늘도 충분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사람이다.


누구도 몰랐던 마음의 무게를

혼자 다 들고 걸어왔을지 모른다.


그래도 지금, 여기까지 잘 와줘서 고맙다.


오늘 당신에게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왔어요."

"그것만으로 정말 충분합니다."


크게 웃지 않았어도,

뭔가를 이루지 않았어도,


당신은 오늘을 살아냈다.

그게 가장 대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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