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어렵다
토요일 오전 11시.
알람도 없이 늦잠을 잤다.
일어나야 하나, 침대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렇게 결심하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예전엔 쉬는 날에도 계획을 세웠다.
카페 가서 책 읽기,
밀린 드라마 정주행하기,
집 정리하기,
친구 만나기.
쉬는 날에도 '생산적'이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고 나면 더 피곤했다. 쉬었는데도 쉰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짜로 쉰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한 거니까.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자꾸 할 일들이 떠올랐다.
'빨래 돌려야 하는데.'
'청소는 언제 하지.'
'운동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멍하니 있는 것도, 그냥 쉬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걸 하고 있었다.
평일엔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했고,
하루 종일 일했고,
퇴근해서도 밀린 일을 처리했다.
주말에도 사람을 만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쉴 시간이 없었다.
정확히는, 쉴 시간을 만들지 않았다.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안심이 됐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고, 쉬면 게을러 보일 것 같았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완전히 멈춰버렸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창밖에서 새 소리가 들렸다.
평소엔 못 들었던 소리였다.
창문 너머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보였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방 안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멈추고 나니 보였다.
매일 지나쳤던 것들,
늘 있었지만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
바쁘게 살 때는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쉴 거야."
이 말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뭔가를 하며 보람찬 주말을 보내는 것 같은데, 나만 집에서 뒹굴고 있으면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죄책감을 이기고 쉬는 것.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고, 용기다.
예전엔 쉬는 날에도 계획표를 만들었다.
9시 기상,
10시 브런치,
오후 2시 카페,
저녁 7시 운동.
쉬는 날조차 시간표대로 움직였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하고 싶은 것만 한다.
계획 없이 흘러가는 하루. 그게 진짜 쉬는 날이다.
사람들은 쉬는 날에 뭔가를 해야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가거나,
취미 활동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진짜 회복이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그냥 가만히 숨만 쉬는 시간.
이런 시간이 쌓여서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않고,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도 않고,
그냥 나로 있는 시간.
이 시간이 나를 다시 나로 만들어준다.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고, 무언가를 하다 보면 나는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를 다시 나에게 돌려놓는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집에만 있어?"
누군가 물었다.
예전 같았으면 변명했을 것이다.
'요즘 좀 바빠서', '다음 주엔 나갈게'.
하지만 이제는 솔직하게 말한다.
"쉬고 싶어서."
게으른 게 아니다.
필요해서 쉬는 거다.
나를 돌보는 시간,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
그게 게으름이라면, 나는 기꺼이 게으를 것이다.
혹시 오늘 아무것도 못 했나요.
계획했던 일을 하나도 안 했나요.
괜찮아요.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필요한 날이 있어요.
쉬는 것도 삶의 일부입니다.
회복하는 시간도 당신의 하루입니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은 쉬고 있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늘 하루, 당신은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나요?
그 시간이 당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