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사라진 태양계

가장 안전한 자유

by 심연천문대

태양계의 모든 행성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타원 궤도를 돈다.

만약, 그 태양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지구를 비롯한 모든 행성은 직진 운동을 하며 결국 태양계는 해체된다고 한다.


나는 예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냥 해”, “시키는 대로 해” 이런 말들을 싫어했다.

자유롭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었다.
남들처럼 하는 건 나답지 않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정해진 길이 편해진다.

누군가 깔아 둔 길 위를 걸어도 나만의 리듬을 찾으며 자유를 만들어 낸다.


별은 처음 태어날 때 중력도, 궤도도 정해져 있지 않은 혼돈의 시기가 있다.

인간도 그렇다.

인간은 모두 어떤 중력의 영향을 받을지 모르고 궤도가 정해져 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자신만의 중력을 찾는다.

그리고 그 궤도 안을 스스로 돌기 시작한다.

마치 어릴 때는 새로운 노래를 찾아 헤매다가 어느 순간부터 익숙한 노래들로 하루를 채우는 것처럼.


우리는 늘 “개척하는 삶”만이 자유라고 믿는다.

그러나 정해진 궤도를 돌면서도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다.
안정 속에서 자신만의 궤도를 유지하는 일.

그건 어쩌면 가장 안전한 형태의 자유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자유는 유지하기 어렵고 적당한 구속은 질서를 만든다.

그리고 질서 속에서 자유는 오래 유지된다.


결국 혼돈 속에서 자유를 꿈꾸지만, 안정 속에서 진짜 자유를 경험하는 게 인생이 아닐까.

‘태양이 사라진다면’을 상상할수록 오히려 태양이라는 정해진 중심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게 된다.


나는 이제 막 태어난 별일까.

내 궤도를 만들어낸 별일까.


나는 아직 우주 공백 속을 떠도는 암흑물질이라 말하고 싶다.

존재하는지 조차 확신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있는 그런 존재.

형태는 없지만 에너지는 있는 존재.

측정할 수 없어도 분명히 세상에 영향을 주는 존재.

아직 내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 모양 그대로도 우주 어딘가에는 꼭 필요한 별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