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술
누군가 인생 영화가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첫 번째로 쇼생크 탈출을 꼽는다.
모든 장면이 훌륭했지만 그중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 앤디가 옥상 노역 중 교도관에게 탈세를 해주겠다 제안하고
그 대가로 동료 죄수들에게 줄 맥주를 받아내는 장면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가롭게 앉아 잠시나마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죄수도 노동자도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써 느끼는 평화로움과 자유 그 자체였다.
앤디는 동료들에게 단지 ’맥주‘가 아닌 ’자유‘를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며 내 자신이 노예나 영화 속의 죄수처럼 느껴졌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시키는 일만 해야 한다는 건 불행한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여행이나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는 그 옥상 씬을 떠올리며 낮술을 마시게 되었다.
여행지에서의 낮술은 나에게 그저 ‘음주’가 아닌 ‘자유’를 느끼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