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40평생 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쫓으며 살았다. 여행을 사랑해 50개국을 넘게 돌았지만, 부족한 영어 실력은 늘 아쉬웠다. 그래서 언젠가 어학연수를 가보고 싶었다. 인생에 한 번쯤 영어만 파고드는 시간은 내게 충분히 가치 있었다.
그러다 엄마가 생각났다. 한 살 때 친 엄마와 헤어지고 할머니 손에 자라다가 새엄마에게 구박 받고 자랐던 우리 엄마. 친 엄마에게 사랑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으면서 어디서 배웠는지 모든 사랑을 자식에게 쏟던 불쌍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 그런 나의 엄마가 60세가 넘어 취미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어느날 엄마가 부끄러워하며 한글 가사를 적어달라고 했던 일이 생각났다. ‘Love me tender’는 ‘러브 미 텐더’로, ‘Yesterday’는 ‘예스터데이’로 엄마의 악보를 채워드렸었다. 엄마도 영어를 배우고 싶지 않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에게 함께 어학연수를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평소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아하는 엄마는 가고 싶다고 대답하거나, 바쁘고 시간 없으니 가기 싫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엄마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건 너무 꿈같은 일이잖아.... 나한테 벌어질 수 없는 일이잖아”
나에겐 현실로 가능한 일이 엄마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의 속마음을 알게 되자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얼마나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몰랐던걸까? 놀라서 두려움에 떨리면서도 반짝이는 엄마의 눈을 보며 엄마의 꿀 수도 없던 그 꿈을 내가 이뤄드려야겠다 마음 먹었다. 나는 엄마가 없던 엄마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이는 엄마를 설득 후 빠르게 어학연수 코스를 알아보고 출발을 확정지었다.
출국 전날, 엄마는 여행 가방을 꺼내 짐을 싸며 “내 인생에 어학연수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니?” 라고 말하며 쑥쓰럽게 웃던 엄마의 모습은 엄마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던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