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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y Jun 10. 2019

나는 나의 그늘이 좋아 1

<20190601 해리와의 인터뷰 1편>


해리에게


그로운 벗 팀원들의 진정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서 팀원들과의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다. 팀원 한 명 한 명을 만나 대화를 하고 그 내용을 글로 기록하기로 했다. 감사하게도 팀원들 모두가 흔쾌히 동의를 했고 그렇게 첫 인터뷰를 “해리”와 하게 되었다.


유월의 첫날 동네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해리와 마주 앉았다. 존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에 함께 해주었다. 인터뷰 중인 우리 둘의 모습을 너무도 예쁘게 카메라에 담아주었다. 다음 일정으로 바쁜 존이 먼저 자리를 떠난 뒤 해리와 나는 “어른 친구 존의 감성”을 칭찬하며 자리에 없는 존에게 감사를 표했다.


해리를 기다리며


해리와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내 마음속은 소풍 전 날의 아이처럼 아주 들떠 있었다. 해리를 기다리면서 미리 작성해둔 질문 목록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해리가 자리에 앉았다. 카페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과 편안한 조명의 색이 약간의 긴장감을 완화시켜주었다. 카페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와 화분에서 초여름의 풀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져 왔다. 초여름의 냄새와 고소한 커피 향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이 날에 허락된 이 모든 분위기 속에서 해리와의 긴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혹시나 대화 내용을 놓칠까 내 아이폰의 녹음 재생 버튼을 꾹 누르고는 질문을 시작했다.


엘리: 해리의 근황이 궁금하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해리: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그로운 벗” 팀의 대표가 되었다. 시작한 지 일 년 정도 되었고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이 된 후 법인 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와 팀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바쁜 틈에 놓치지 않으려 정신 바짝 차리고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엘리: 해리가 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리가 속해있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팀 “그로운 벗”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줄 수 있나?


해리: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어른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아이들과 꾸준한 관계를 쌓아가고자 하는 스타트업팀이다. 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그로운 벗 만의, 그로운 벗의 정체성과 철학이 담긴 수익모델을 고민하며 개발하고 있다.


팀원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밝게 웃는 해리 그리고 나 엘리


엘리: 해리에게 “그로운 벗” 팀원들이 굉장히 특별한 사람들인 것 같다. 해리에게 있어서 그로운 벗 팀원들은 어떤 의미인가?


해리: 특별하다.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 하나 싶을 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애틋한 무언가가 있다.


엘리: 팀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해리: 우선 조앤과 도로시, 그리고 루시아는 이십 대 때 교회에서 주관하는 학생 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인 이들과 캠프 일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그중 많은 부분을 아이들이 차지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과 애정에 대해 상당히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그때 그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왔고 어떻게 하면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지속적인 일을 해 나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던 중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기회로 우리의 막연했던 꿈과 계획들이 이렇게 구체화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일들이 기적이었다.


엘리: 막연했던 계획들이 구체화된 계기가 궁금하다.


해리: 퇴사를 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일을 고민하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어른 친구 “존”과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존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여느 때처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때 존이 나침반처럼 “사회적 기업”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그렇게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그로운 벗”을 준비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한국 사회적 기업 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육성사업에 “그로운 벗”이 선정되는 꿈같은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에스더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동생이었다. 에스더 역시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동생이라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누어 왔다. 그러던 중 에스더가 대학에서 사회적 기업에 관련한 동아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팀에 대해 소개를 했고 그 후 자연스럽게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경험이 많은 에스더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존과 알고 지내던 벡이 그로운 벗에 대해 흥미를 가지면서 합류하게 되었다. 영화감독을 하고 있는 벡은 아이들을 위한 일에 벡의 재능을 더해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합류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큰 벡은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기다리고 함께 하고 있는 소중한 조력자이다.

피터 역시 지속적으로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서 그 이유로 합류하게 되었다. 진중한 성격으로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항상 조심스럽게 이익을 좇느라 마음에서 아이들을 잃지 않도록 하는 감독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류한 엘리가 지금 내 앞에 앉아있다. 엘리 역시 청소년들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원하는 사람이어서 내가 영입을 했다. 우리를 통해 엘리가 조금이라도 자아실현을 하기를 바랐다. 지금 그로운 벗 내에서 엘리의 역할은 아이들을 만나는 일도 물론 함께 하고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우리 팀원들을 관찰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우리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엘리 역시 나의 든든한 조력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나에게 너무 귀하다. 다들 청소년을 향한 마음으로 모였는데 각자의 재능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재능을 잘 살려서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팀원들 각자 자신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들이 스스로의 마음과 재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며 행복을 느끼도록 나 역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진지하고 유쾌한 시간


엘리: 청소년을 향한 해리의 마음만큼 팀원들을 향한 해리의 애정 역시 상당히 깊은 것 같다. 대표인 해리를 비롯해서 팀원들 모두가 호칭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각자가 정한 닉네임을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해리: 무의식 중에라도 차이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대표인 내가 잘못을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팀원들이 나를 지적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럴 때 팀원들이 주저 없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해주었으면 싶어서 그러자고 제안을 했다.

대화 자체에 벽을 두는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예를 들면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의견을 내는 데 있어서 머뭇거림이 없었으면 했다. 친밀하고 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외적으로 나를 소개해야 하거나 필요시에는 대표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팀 내에서는 서로가 되도록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면 싶어서 이렇게 닉네임을 부르게 되었다. 생각보다 다들 자연스러워서 놀랐고 좋았다.


엘리: 그동안 그로운 벗을 하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꽤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몇 개만 소개한다면?

해리: 사회적 기업이 선정되기 전에 겪었던 크라우드 펀딩 무산이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픈 기억인데 사실 그로 인해 얻은 것도 정말 많았다. 많이 얻었고 많이 배운 값진 경험이었다.

엘리: 예를 들면 어떤 점에서 그랬는지 궁금하다.


해리: 무엇보다 실패를 경험하면서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지 다시 한번 체크할 수 있었고 우리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우리의 반응과 대처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는 시선도 있었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리고 성공 유무와 상관없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우리가 정말 몰입해서 밤낮으로 열심히 준비하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로운 벗의 이름이나 정체성,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그때 얻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크라우드 펀딩 자체는 실패했지만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때의 몰입과 노력을 통해 지금의 그로운 벗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우리끼리 울고 웃으며 함께 한 시간을 통해 팀워크도 더 단단해졌다.


엘리: 정말 값진, 잊을 수 없는 경험인 동시에 그로운 벗에게 있어서 상당히 소중한 역사인 것 같다.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해리: “아키”씨와의 만남이다.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시작하면서 조언을 얻기 위해 수많은 대표님들(영리 사업을 하고 계시는)을 만났다. 많은 만남 속에서 현실적인 이유들(수익과 지속가능성들에 대한 문제들)로 “하지 말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고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말을 들어서 자존심이 상했다 라기보다는 우리에게 현실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조언이었기 때문에 우리 팀의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사실 많이 막막했다.


그러던 중 “인생 도서관”의 대표 “아키”씨를 만나게 됐다. 아키 씨는 우리에게 오히려 그로운 벗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가려던 길을 가라고 말해 주었다. 단순히 좋은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이 아닌, 그가 걸어온 길과 지켜온 가치관, 그가 들려주는 진정성 있는 경험과 생각들이 큰 위로와 희망을 되찾게 해주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많이 조급했고 잘해야겠다는 압박이 컸는데 아키 씨와의 대화를 통해 서두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키 씨는 인생 도서관을 만들기까지, 사업이 확실시되기까지 3년 동안을 그것에 대해 회의만 했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나고 아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중요한 일인 만큼 우리도 우선적으로 철저한 준비와 단단한 기본을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작업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해리와의 인터뷰 중 전반부는 대부분 “그로운 벗”에 대한 이야기였다.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해리가 얼마나 이 사업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며 또한 이 사업을 하려는 동기가 얼마나 따뜻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지쳐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서툴지만 아주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 나는 그녀가 따뜻하기도 하지만 멋지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 그녀는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게 배우고 있으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 그녀의 진심이 많은 아이들에게 닿기를 오늘도 진심으로 바라본다.

해리 시선에 닿은 들꽃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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