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시작되는 마음의 무한루프

by 마음파서

이상하리만치, 낮에는 잘 버텼던 마음이 밤만 되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날 주고받았던 짧은 대화, 상대의 눈빛이나 표정 하나하나. 별거 아니었던 순간들이 자꾸 떠올라 머릿속을 끝없이 맴돈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혹시 내가 예민해 보이지 않았을까?” “저 표정엔 무슨 뜻이 있었던 걸까?”


처음엔 그냥 이유를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내 행동이 잘못이었나 싶어,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생각은 멈출 줄을 모른다. 같은 장면을 되감기하듯 계속 돌려보면서 머릿속에 수백 가지 가설이 쏟아진다.


사실 누구나 밤마다 이런 마음의 루프를 겪는다. 어떨 땐 괜히 분노가 치밀고, 또 어떨 땐 깊은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덮쳐온다. 가장 괴로운 건, 그 생각들이 현실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만 그 순간으로 돌아가 머물러 버린다.


회사에서 회의 중, 내가 던진 한마디 농담 때문에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진 적이 있었다. 아무 일 아닌 척 넘겼지만, 그날 밤 눈을 감자마자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왜 굳이 그런 말을 했을까?” “다들 나를 속 좁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앞으로 저 사람들 앞에서 말을 줄여야 하나?” “아니면 괜히 어색해질까 봐 더 먼저 웃어야 하나?”


그때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지나간 일을 복기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그 장면을 계속 떠올리는 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의 방식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게 나를 지켜줄 것 같아서, 나는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문제는 그 루프가 끝나지 않을 때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점점 내 잘못만 더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다. 마치 작은 점 하나를 무한히 확대하듯, 별일 아니었던 게 엄청난 실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순간마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려고 한다.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대신, “그 순간, 나는 뭘 두려워했던 걸까?” “그 말이 내 어떤 상처를 건드렸을까?” 이렇게 물어보면 생각의 방향이 조금 달라진다. 자책보다는 이해로, 부끄러움보다는 내 마음의 숨겨진 이유 쪽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밤마다 마음이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때, 그 안에는 종종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가 숨어 있다.


혹시 지금도 머릿속에서 같은 장면이 계속 재생되고 있다면, 한 번쯤 질문을 바꿔보길 권하고 싶다. 그게 작은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