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속좁음 사이에서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여전히 속좁고 미숙하다.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서운해하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헤아리기보다 내 입장에서만 판단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라기보다는, 결국 속좁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고개를 든다.
심리학 연구들은 지혜를 추상적 덕목이 아니라, 실제로 측정 가능한 성격 특성으로 다룬다.
딜립 제스테는 지혜를 일곱 가지 요소―자기성찰, 감정조절, 친사회적 행동, 타인의 관점 수용, 결단력, 사회적 조언, 영성―로 설명했다¹.
이 정의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내 부족함이 더 분명해진다. 남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기보다는 우물쭈물하며, 조언하기보다 스스로도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다.
나는 특히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뉴스나 주변 대화 속 전혀 다른 세계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먼저 떠오른다. 그 순간 나는 상대의 맥락을 헤아리기보다 내 기준에서만 옳고 그름을 재단한다.
하지만 바로 이 모습이 지혜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타인의 관점 수용이 부족한 증거일 것이다².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경험과 배경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깨달음 자체가 지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아르델트는 지혜를 인지적·성찰적·정서적 차원으로 구분했는데, 그중 성찰은 자신의 편향과 한계를 인식하는 능력이다³.
내 속좁음을 인정하고 불편한 마음을 직시하는 순간, 나는 이미 지혜로 가는 길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지혜롭지 못하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지혜의 첫걸음일 수 있다.
하지만 성찰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여전히 감정에 휘둘리고, 다짐과 달리 목소리를 높이는 나를 본다. 브루크스와 그로스는 지혜로운 사고를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고, 감정적 거리를 두어 판단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⁴.
그러나 현실 속 나는 감정이 앞서 반응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을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다행히 지혜는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능력이다.
연구들은 명상, 자기성찰 일기, 타인과의 대화 훈련 같은 개입이 실제로 지혜의 요소들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⁵.
마음챙김 명상을 실천한 집단에서 자기 성찰과 감정 조절 점수가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결과는 내게도 용기를 준다. 속좁음을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만 버리지 않는다면, 작은 연습이 쌓여 언젠가 지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지혜를 추구하는 길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정상을 향해 걷다 보면 숨이 차고, 때로는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나를 단련시킨다.
완벽한 지혜는 평생 닿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 순간의 성찰과 작은 실천이 쌓여, 어제보다 오늘 더 넓은 마음을 품게 된다면, 그 길 위에서 나는 이미 지혜를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혜는 도착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성장의 공간이다. 속좁은 나를 인정하고, 타인의 입장을 조금씩 더 헤아리며,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이어간다면 언젠가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이름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 믿음이야말로 내가 오늘도 다시 성찰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다.
1. Jeste, D. V., & Lee, E. E. (2019). The emerging empirical science of wisdom: Definition, measurement, neurobiology, longevity, and interventions. Harvard Review of Psychiatry, 27(3), 127–140.
2. Thomas, M. L., et al. (2019). The San Diego Wisdom Scale (SD-WISE).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108, 40–47.
3. Ardelt, M. (2003). Empirical assessment of a three-dimensional wisdom scale. Research on Aging, 25(3), 275–324.
4. Grossmann, I., et al. (2020). The science of wisdom in a polarized world: Knowns and unknowns. Psychological Inquiry, 31(2), 103–133.
5. Lee, E. E., et al. (2020). Interventions to enhance components of wisdom: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Psychiatry, 77(9), 925–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