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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PD Nov 18. 2023

영상콘텐츠를 분석하는 방법

드라마기획PD를 알아보자10

신입 기획PD로 들어가게 되거나 면접을 볼 때 질문 중에 하나는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무엇인가?"

최근에 유행하는 "OOO영화는 어떻게 보았는가?"일겁니다. 


여기에서 일반 시청자라면 그냥 "액션이 화끈해서 좋았어요" "반전이 깜짝 놀라서 재미있었어요"라고

대답하면 되지만, 산업의 입문을 지향하는 사람이 그렇게 대답해서는 안될 것 같지요?


오늘은 영화나 드라마를 어떻게 감상하고 어떻게 분석하는지 간단히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는 이것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적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서적은 편집, 미술, 조명, 연기, 시나리오, 주제 등등 너무 세분화해서 다루는 것 같아 현업 기획PD 업무와는 조금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를 한편 본다면 아래와 같은 점들을 분석해서 볼 수 있겠습니다. 

한번 봐서는 안되고, 처음에는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 보세요.

다 보고 나면 3가지 중에 하나일 겁니다. "이야!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한테 추천할만한걸?"

"그냥 쏘쏘네. 시간 때우기는 좋았어". "드럽게 재미없네. 시간 아까워라. 난 앞으로 저 감독 영화는 보지 않겠어!".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는 겁니다. 영화가 왜 재미있었나? 예상 못한 반전이 절정 부분에서 쾌감을 주었나? 아니면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진짜처럼 해서 몰입하고 보게 되었나? 그래서 그들이 겪는 감정과 생각을 마치 내가 겪는 것처럼 느꼈나? 아니면 VFX나 미술이 신세계라서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주었나? 또는 액션이 지루하지 않게 주구장창 이어져서 화끈한 영화였나? 아니면 영화가 전달하는 메세지가 울림이 있고, 깊은 감동이 있었나?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쩌면 몇가지가 복합적으로 있을 수도 있지요.

만약에 재미없었다면 난 왜 재미없게 느꼈는지 봅니다.


그리고 나서 두번째는 연출과 스토리에 대해서 주의깊게 봅니다. 

감독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을까? 연기는 조화로운가? 너무 억지스럽거나 한두명이 튀지는 않나?

미술이나 조명은 영화 분위기에 어울리나? 작은 소품이 중요한 단서가 되거나 역할을 하는게 있나?

예를 들어 웨즈앤더슨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은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의 소품만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체 분위기가 동화 같으면서 인물들의 연기도 거기에 모두 맞춥니다. 미술, 조명, 연기가 하나로 어우려져서 굉장히 아름다운 느낌을 창조해 냅니다. 

반면에 크리스햄스워즈가 주연한 <익스트랙션>은 스토리는 별거 없습니다. 그런데도 무지 재미있습니다. 특수부대 출신 한 남자가 어린아이들 구출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밀리터리 액션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카 체이싱 부터, 나이프 파이팅, 건액션 등등 다양하게 나옵니다. 롱테이크로 두명의 고수가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지요. 역시나 감독이 무술감독 출신입니다. 세간의 평은 <존윅> 이후에 새로운 액션의 지평을 열었다고 하지요. <존윅>이 아크로바틱한 액션이라면 <익스트랙션>은 사실적이면서 조금 더 밀리터리에 가까운 액션입니다. 롱테이크도 많이 사용하구요.


시나리오도 봅니다. 초반에 세계관과 캐릭터는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는가? 구구절절 설명하나 아니면 압축적인 씬으로 보여주나? 몇분 지점에서 첫 사건이 나오나? 중요한 소품이 나오면 그것이 후반에 어떻게 사용되는가?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어떻게 구성하는가? 반전은 몇번이나 나오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메세지가 시의적절한가? 아니면 너무 올드한가? 


세번째로는 만약 나라면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면서 봅니다. 만약 나라면 이 영화를 어떻게 찍었을까? 빈약한 캐릭터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들었을까? 이 예측하기 쉬운 반전을 어떻게 꼬아서 관객의 뒷통수를 쳤을까? 세계관에 헛점은 없었나? 등등을 분석하면서 봅니다. 그리고 이 감독이 어떤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도 한번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보고 나면, 간단한 분석과 감상평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한번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겠죠.


콘유는 독특한 재난영화이다. 보통 헐리웃 재난 영화는 VFX 볼거리와 함께 휴머니즘으로 푸는 경우가 많은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의 독특한 소재를 비정한 시각으로 풀어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서울에 큰 폭발이 일어나서 허름한 아파트만 남는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라는 소재를 부동산에 집착하는 한국사회를 빗대어 풀어내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그리고 이병헌의 평범한 사람에서 권력에 도취되는 변화하는 연기와 캐릭터 반전도 좋았다. 반면에 박보영 캐릭터는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이유없이 정의감 넘치고 오지랖 참견하는 캐릭터라서 올드하고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비슷한 류의 영화로 일본의 <무전기가족>이라는 세계의 전기가 끊긴 재난 영화가 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는 달리 따뜻한 가족애로 풀어내서 유사한 재난물이지만 일본과 한국이 상당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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