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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PD Aug 13. 2023

캐릭터인가 플롯인가

드라마 기획PD를 알아보자 8


드라마 기획PD 일을 하다가 아직도 풀지 못한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드라마에서 캐릭터가 더 중요한가 플롯이 더 중요한가이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유명 영화감독과 유명 드라마작가 등을 만나서 물어봤지만,

한번도 명쾌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또한 시중에 나온 거의 모든 시나리오, 집필에 관한 책을 봤지만 역시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 둘다 중요하다 등의 대답으로 얼버무린 것 같다.

물론 나도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을 뿐더러, 특히나 "캐릭터"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는지 방법조차 모르고 있다.

드라마를 제출하면 리뷰를 받는데,

많은 리뷰가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한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지 않는가에 대해서 적는 사람은 드물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고, 또 그런 해답이 수긍이 가는 것은 더더욱 드물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매력적이지 않다고만 한다. 왜 매력적이지 않은가를 물어보면 "주인공이 나쁜 짓을 하니 매력적이지 않다고 하거나 혹은 우유부단해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한다."

그럼 주인공이 착한 일을 하면 매력적이게 될까? 물론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안다.

주인공이 적극적이면 매력적이게 될까? 이것은 조금 수긍가지만 그게 본질은 아닌 것 같다.


주로 마블 등의 히어로물은 캐릭터가 강하다.

캐릭터가 강하다는 것은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캐릭터라는 이야기이다.

아이언맨을 보면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게 배우의 힘일까? 아니면 시나리오의 힘일까?

로다주가 아이언맨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매력적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미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범죄도시를 마동석 배우가 하지 않고,

꽃미남 배우가 했다면 지금처럼 대박이 났을까?


그리고 아이언맨이 그 특유의 빨강과 금속이 합해진 비주얼이 아니었다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반면에 로다주 특유의 자신감과 오만함이 보이지 않았다면 아이언맨이 그렇게 흥행을 했을까 의문이다.


캐릭터를 구성하는 핵심은 그의 성격인가, 아니면 과거(트라우마)인가, 욕망인가, 비주얼인가, 배우인가?

아니면 이것들이 일정비율로 조합된 것인가?

한국 드라마에서는 이런 것에 대해서 고민이나 논의도 매우 적다.


솔직히 그동안 한국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

아주 옛날에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나, "환상의 커플"에 나상실,

최근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한국드라마는 플롯 위주였던 것이다.

그 이유를 보면, 과거 미국에서는 드라마가 1주일에 1회 에피소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주인공이 그회차의 사건을 해결하고 끝난다.

예를 들면, 형사 캐릭터가 나와서 그 회의 범죄자를 찾아내고 끝난다.

<멘탈리스트>를 보면 최면술사인 패트릭제인이 나와서 형사들을 도와 그 회차의 범죄자를 찾고 끝난다.

아내를 죽인 강력한 빌런을 찾는 큰 줄기는 있지만, 매회 에피소드는 그 회에 결론이 난다.

포맷도 비슷하다. 범죄사건이 일어나고, 형사들이 범죄자를 찾다가 찾을만하면 난관에 부딪힌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고, 주인공이 이 반전을 해결하면서 끝난다.

그러기 때문에 캐릭터가 강하지 않으면 딱히 볼만한 재미가 없다.


반면에 한국드라마는 16회가 쭉 이어진다.

한회의 끝은 뭔가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에서 짤리고 만다.

그러면서 내일 혹은 다음주 이시간에 안볼 수 없게 어그로를 끈다.

그리고 다음 회차 초반에 지난번 엔딩 부분이 어느정도 해결되고, 또다시 주인공이 큰 위기나 난관에 부딪히고, 엔딩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끝난다.

그러기에 한국은 플롯 위주였던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캐릭터인가 플롯인가?"

답은 없고, 아마 작품별로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읽은 책에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다.

"이야기가 어떤 캐릭터가 나오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뭔가 캐릭터 구축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 캐릭터여야만 진행되는 이야기"여야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어렴풋이는 인지하지만 아직 실제 업무에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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