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어른이 되어간다.
어릴 적 엄마가 되면 당연히 밥 한 끼 뚝딱 차리는 건 식은 죽 먹기인 줄 알았다.
딱히 고생하셨겠거니 그 고충을 느끼며 먹을 새 없이 그저 엄마니까 당연히 장착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주말 엄마 생신 겸 친정 부모님이 올라오셨다. 생신기념으로 오셨기에 다음날 아침 당연히 미역국은 끓여드려야겠다 생각했다. 메인은 불고기, 미역국 두 가지밖에 없었지만 1시간 뚝딱대며 상차림을 완성했다. 엄마가 가져오신 친정엄마표 반찬에 올해 김장김치까지 더해지니 그럴 듯 한 밥상이 차려졌다. 맛있게 드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문득 어릴 적 엄마 생각이 났다. 당시 지방 살면서 서울이 외가인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우리 집 오실 때마다 엄마는 항상 한 상 가득 차려 솜씨 발휘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전해 들었던 얘기로는 지금 내 나이 때 굴김치를 담그고 외할아버지가 시원하니 너무 맛있게 드셨다기도 했다.
나는 지금 그 시절 엄마 나이가 되었지만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그저 당연한 줄 알았던 상황은 없었다.
그건 엄마만의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친정언니는 내가 엄마를 닮았나 보다고 했다. 불고기도 미역국도 맛있다고 해줬다.
칭찬과 인정을 유독 좋아하는 나지만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나도 진짜 엄마가 되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직도 친정엄마 음식은 받아먹는 게 익숙한데 때론 멀리 사는 딸 집에 1년에 한 번 방문해서 간단하지만 아침생신상 차려드리니 딸로서 뿌듯하기도 했다.
40대가 되어서 이제야 나도 엄마흉내를 조금은 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엄마의 상차림은 그저 당연했는데 엄마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내 상차림에 감동하신다. 딸자식 된 도리로 가끔 요리로 효도할 기회를 가져야겠다 생각했다.
점심식사로 미리 예약해 놓은 수원 갈비'가보정'에서 동생네 식구와 다 함께 모여 메인 생신축하 식사자리를 가졌다.
오랜만에 맛난 식사와 담소와 어릴 적 추억 얘기들로 웃음꽃 피웠던 시간이었다.
내가 계속 어른이 되는 걸 느낄 수 있게 두 분 오래오래 건강히 우리 곁에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