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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Sep 21. 2024

ADHD, 기능이 괜찮다면서 왜 치료를 받나요? (1)

고기능  ADHD  시리즈 (기)

이번 명절 연휴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의원에 이틀간 출동하였습니다.

밀려있는 미비차트나 누락된 자료, 행정적인 일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차트는 바로 작성이 되어야 하는데 차트를 어떻게 안 쓸 수 있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상담 때,  내담자의 말을 머릿속에 정리하면서 해야 할 말을 떠올리다 보면 차트 작성할 생각 자체를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진료 다 끝나고 쓰긴 하지만 곳곳에 구멍이 생깁니다.


"어제 동생이 집에 와서.. 왜 그런 식으로 지내는지. ㅁ무무ㅜ..
 화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적다가 만 내용이 사이사이 숨어있습니다.


이걸 당일 지나서 다시 작성하려면,,

그날 진료한 한 분 한 분의 차트를 각 각 열어서 제대로 작성이 안 된 것을 찾는 것부터가 시간이 걸립니다.

또, 그 당시 상담 내용을 떠올리며 가다듬는 작업은 두 말할 것도 없지요.


위에 미완의 외계어는 각 각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어제 동생이 왔는데 자신에게 지적하는 말을 듣고 화가  많이 났음을 토로.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화 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상의함"  

(p.s. 아... 어떻게 이렇게 차트를 쉽게 수정할 수 있냐구요?  전자차트 시스템이라 수정하면 그 날짜와 시간이 로그 기록에 다 남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그 근거와 함께 수정이 가능합니다.  글을 올리고 나서 오해의 여지가 생길까봐 추가합니다. 음...  예시로 적합하지 않았나?... 쩝쩝...)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이 작업을 하러 직장에 수시로 출근하는 고생을 자처함에 대해 자책을 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투약을 제대로 한 후로부터는 푸념 선에서 해결을 하고 있고, 우울증 상태에 빠질 정도로 탈진되는 상황은 줄어들었습니다.

(네. 약은 거들뿐,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ㅜㅜ)


현재 복용 중인 콘서타를 복용하면 상대방의 말을 더 귀담아들을 수 있고,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엉키지 않게 정리하면서 제가 하려는 말까지 보태어 말할 수 있는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 과정을 장황하지 않게 말하는 표현의 효율성 면에서도 말이죠.


하지만!  우선의 목적이 잘 듣는 것에 있다 보니 동시에 바로 쓰는 정도까지는 챙겨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진료가 끝날 무렵인 늦은 오후에는 약 효과가 떨어짐과 함께  숨은 미비 차트 찾기를 하는 것은 더 귀찮고 속도가 더뎌집니다.


그래도 약을 복용하면서 밀려있는 일을 두고 다른 일이나 활동을 하는 것이 줄었습니다.


차트 쓰다가 등 아플 때 쓰는 클럭 마사지기 (광고비 주세요)

그래서 브런치에 글 쓰기를 자주 못 하고 있다는

변명을..   쿨럭..  쿨럭..  










서두가 또 길어졌습니다


요지는 제가 명절에  출근했다가 아니라,


일상이 되는 매일 하는 간단한 업무에서 늘 마무리가 안되고 밀린다는 겁니다.  
물론 직업적 역할이나 사교적 기능은 무리 없이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 건강이나 생활 습관, 가족 관계 등 개인적인 생활의 소홀함이
점점 저의 정신건강 문제로 축적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주기적으로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에 기능이 괜찮아 보이는 ADHD 혹은 준임상(subclinical) ADHD를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준임상 (진단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 ADHD 또한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뚜렷한 기능 손상이 있다는 것을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기능 ADHD, 더 정확한 표현은 기능이 괜찮아 보이는 ADHD의 치료 필요성에 대해 제 상황에 빗대어설명드렸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이를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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