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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Nov 18. 2023

지난주 어느 날 개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상

꿈 내용이 생생해서 메모해 두었다가 끄적여봅니다.

괄호 안은 꿈 내용과 대비되는 현실의 부연 설명입니다.


꿈의 시작은 교회 예배당. 이유는 모르지만 교회에서 도망쳐서 숨어야 하는 상황 (배우자와의 약속으로 오래전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는 안 나가고 피하는 중입니다. ==; )


어느 방으로 들어갔는데 눈앞에 침대가 보입니다  더 깊숙이 숨기 위해 장소를 찾던 중 침대 밑에 흙바닥이 보입니다. 거기에 숨기 위해 진흙을 손으로 파냅니다.

갑자기 너무 더럽다는 느낌이 들어 손을 털어내며 호들갑 떠는데(지금은 덜하지만 오염에 대한 강박이 한 때 굉장히 심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어이없는 듯이 쳐다봅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가 내 강박 증상을 다 이해한다는 듯이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올해 돌아가셨고 정서적으로 격려하고 이해해 주는 모습과는 꽤 거리가 있습니다)


또 갑자기 나타난 어머니가 잠깐 밖에 나가보라고 하셔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그 앞에 환자 분들이 많이 기다라고 계십니다.  맨 앞 한 분이 하는 말이 "직원이 일전에 제 사정상 진료를 못 본 분들은 원장 집으로 가라고 했다"라고 듣고 왔다고 합니다.  

(평소 진료에서 시간이 밀리면서 예약시간에 맞추어 시작하기가 어려워 양해를 드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순간 직원에게 분노감이 느껴지고(최근 이런저런 일로 직원들에게 화가 날 일이 있었고 잔소리할 일도 있었습니다ㅜㅜ) 

잠시 후 혹시나 내가 그렇게 하도록 말을 해 놓고선 기억을 못 한건 아닌지 의문이 들고, 곧 그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문 옆, 무슨 휴게실 같이 보이는 방이 보이는데 거기서  기다리고 계시면 급한 대로 약 처방 위주로 짧게라도 뵐 것이라고 안내드립니다. 


그렇게 한 분씩 찾아가서 말을 나누는데 약물 조절에 대해서만 점검하기로 한 애초의 의도와 달리 점점 말이 길어지는 내 모습에 스스로 화가 남을 느낍니다. 


그런데 갑자기 뻥 뚫린 하늘이 펼쳐져 보이고 구름이 모여 흐려지더니  강풍과 함께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마음은 더 급해지고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흩어집니다. 저는 그 사람들을 다 만나서 처방을 드려야 하는 게 꼭 해야 할 숙제 같이 생각하면서 여기저기 찾으러 다닙니다. 그러다 어느 커피숍에 들어갑니다. (토요일 진료 때 대기가 길어지면 같은 건물 커피숍에서 기다리시도록 하다가 직원의 전화로 올라오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커피숍에 몇 분이 계시는데 그중 예약 시간을 맞추지 않고 마음대로, 가끔, 오시는 분이 왜 이렇게 기다리게 하냐고 강하게 어필하다 그냥 갑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다음으로 adhd가 있는 아이를 데려온 40대? 여성 분을 진료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자신의 급한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남들을 도와준다며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말을 하느라 제가 하는 말은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짚이는 분이 있긴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장소가 책상과 컴퓨터가 놓인 질서 정연한 공간으로 바뀌더니 제 앞에 호감 가는 이성의 환자분이 앉아있습니다. 급하고 답답했던 마음은 안 느껴지고 여유 있게 상담을 하는 제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 여성분의 얼굴이 가수 이효리입니다. (이효리 님 열혈 팬인건 아니지만 아마 주중에 관련된 기사를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날씨는 여전히 태풍이 부는 듯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느긋하게 물어볼 것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하시라고 권하면서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눈을 떴는데 꿈입니다. 꿈이라 다행인 것 같으면서 꿈 마지막이 아쉽기도 합니다.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모를 피곤함을 느낍니다. 


'아. 오늘 진료 볼 때 엄청 피곤하겠네.  아! 그래도 야간 진료 없는 날이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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