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스럽고, 유난 떨고, 까탈스러우며, 뭘 해도 Too much인 경향들을 한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데요.
저도 딱 좋을 정도의 선을 자주 넘을 때가 있어서 후회하곤 합니다.
얼마 전 꼴좋은 해프닝이 있어서 공유해 봅니다. 그냥 시시한 이야기인데 콘텐츠 있는 내용을 쓰려면 작정하고 시작하느라 너무 미루게 되어서 뭐라도 써보려고 남깁니다.
얼마 전이 생일이었습니다. 생일날이라고 다를 것을 기대하는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했고('그게 더 유난이야'), 결국 야간진료에 밤늦게까지 일만 하고 지나갔지요.
그런데 작년 연말에 다른 직원의 생일날, 저희가 하던 대로 평소와 약간 다른 식사 및 생일 케이크와 함께하는 촛불 점등과 축하노래를 부른 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돌아오는 제 생일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기로 해요. 샘들이 준비해 준 케이크에 제 나이만큼 초를 꽂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별 다를 것이 없이 지나갈 것을 알기에 그냥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상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기대하는 마음이겠지요. 어쨌든 당시에 현실감 심어주는 촛불 나이를 보는 것도, 배려? 있는 대체제로 왕 촛불 한 두 개 꽂는 것도 그때는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돌연한 행동이 주변에겐 더 유난을 떠는 모습일 테고 직원 입장에서는 '아니 그럼. 그날 어떻게 하지?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고. 원장이 뭐 더 바라는 게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요.
여하튼.. 과거에도 한 번씩 그런 소소한 유난 떨기와 여기에 쓰기 어려운 왕 법석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윽고 생일날 아침...
눈 뜨자마자 루틴대로 정수기 옆에 비치된 약을 아이와 함께 먹으려는 순간, 동공 지진을 겪었습니다.
야간진료가 있는 날이라서 더 필요하고 평소보다 의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복용해야 할 콘서타가 다 떨어지고 빈 통이었던 것이지요.
향정신성 약이기에 다른 원장님께 접수해서 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임의로 가져다 복용할 수도 없어서 출근하자마자 '저 약 처방받아야 해요'라고 전달했고 이윽고 각 PC마다의 화면에 이렇게 표시됩니다.
차트번호 1429 마인드립 (M/OO)
오늘로 새롭게 부여받은 숫자. 그 숫자가 바뀌는 첫날, 눈앞에서 병원 접수창을 통해 마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