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쿵푸팬더4
오랜만의 극장 데이트가 나를 설레게 한다.
극장에 들어설 때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달콤 고소한 팝콘냄새, 감성적인 조명과 큰 스크린들... 거기에 오랜만의 아들과의 데이트, 설렘의 3박자가 고루 맞는 그런 날이다.
우리의 목표는 쿵푸팬더 4! 워낙 드림웍스 표 유머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들인지라 이미 슈렉, 장화 신은 고양이, 마다가스카, 보스베이비 등을 섭렵했고, 기다렸던 쿵푸팬더 개봉소식에 누구보다 빨리 달려왔다.
용의 전사는 그만둬야 해요?
영화 속 팬더 포는 스승님으로부터 영적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편 용의 전사로서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포는 새로운 성장을 하기보다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느낀다. 하지만 강력한 빌런이 등장하고 그녀를 막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그리고 포는 빌런은 물론 자기 자신마저 뛰어넘는 성장을 하게 된다는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복잡한 서사는 없지만 무엇 때문일까... 포의 좌충우돌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함께 전해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느껴졌다. 쿵푸팬더의 전작들도 그랬다. 웃음 속에 은근히 드러나는 삶에 대한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쿵푸팬더는 나에게 재미와 함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팬더 포의 성장기를 보고 있자면, 문득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나와 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상담 중에 이런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이제 좀 적응할 만하니 또 어렵네요."
그렇다. 아이들은 늘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 성장이 두려울 법도 한데 결국은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꾸만 자라난다. 오히려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것은 부모인 듯하다.
포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빌런을 막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우 젠과 함께 무작정 모험을 떠난다. 마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처럼 말이다.
이런 포가 너무나 걱정되는 두 아빠는 겉으로는 포를 믿어주는 척 태연하게 행동했지만, 결국 몰래 포를 따라나서게 된다.
포와 마주친 두 아빠.....
포 : 나를 못 믿어 오셨군요...
아버지 : 너를 사랑해서 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이 말...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나의 말이기도 하다.
나 또한 아이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늘 마음속으로는 아이를 향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나의 불안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아이는 아마도 이미 오래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 아이와 학교생활 문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나의 경험이, 나의 가치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날이 있다. 미술치료사로 살아온 세월이 20년이 다 되어가는 나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경험하고 좌절하고 인내하고 이겨내는 것!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수도 없이 말해오던 나다. 그런 나도 가끔은 이성을 잃은 엄마가 되곤 한다.
그날 아이의 말 한마디가 나를 얼게 만들었다.
"엄마, 나 엄마 생각처럼 그런 아이 아니야. 나 생각보다 잘하고 있어."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아이는 자신을 못미더워하는 엄마를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이렇게 너에게 또 하나 배우는구나...
팬더 포의 성장에는
친구와의 우정과 배신, 상처받은 마음과 이를 복구하는 믿음,
부모의 든든한 뒷받침,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유쾌한 유머!
이 모든 것이 함께한다.
그 안에서 포는 자연스럽게 세상을 알아가고 성장한다. 엄마가 아빠가 아무리 조바심을 내며 가르치고 도와주려 해도, 아이의 성장은 자기 만의 때가 있는 법이다.
걱정한다고 육수가 빨리 끓지는 않아.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시간이 있다. 조금 빨리 가기도 조금 늦게 가기도 하지만, 결국엔 성장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아이는 지금 자기 다운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한 용감한 발걸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발걸음은 거침이 없다가도, 두렵다가도, 또다시 즐겁기도 한 그런 길일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자기의 씨앗을 키우며 자기 다운 나무가 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왜 자꾸만 잊어버리는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크게 웃으며 즐거웠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며 이제는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의 어깨를 슬쩍 감싸본다. 영화 엄청 웃겼지~ 하며 너스레도 떨어본다.
그래. 아들아.
너는 너의 속도로 너만의 나무를 키워 가고 있구나.
엄마는 조용하지만 든든하게 너의 뒤에 있어줄게.
살다 보면 삶이 고된 날도 있을 거야.
그럴 때는 언제든 달려와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그런 큰 그늘을 가진 엄마가 되어줄게.
사랑한다. 그리고 엄마는 너의 삶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