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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Mar 03. 2024

마지막 청소

저희가 스스로 봉사하는 거예요.

졸업식 날 아침, 출근을 하며 운동장을 지나가고 있는데 놀이터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여학생 두 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훤칠한 키는 이미 중학생이다. 저 아이들은 이 아침에 왜 여기에서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거야?


"혹시 6학년 친구들이니?"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라,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모르는 선생님을 보고도 인사를 하네! 갈수록 수상하다. 혹시, 오늘 등교 시간을 잘못 듣고 교실 문이 잠겨 있어서 여기에 나와있는 건가?


"오늘 날도 추운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지금 8시 20분이잖아. 졸업식 10시부터라  늦게 와도 되는데 너희 담임선생님이 말씀 안 해주셨니?" 6학년 담임을 할 때, 평소와 다른 등교 시간을 착각하고 졸업식날에도 일찍 오는 아이들을 하도 많이 보았던지라 오지랖이 발동한다.


"저희도 늦게 오는 거 알아요. 근데 오늘이 초등학교 마지막 날이잖아요. 아쉬운 마음에 친구랑 놀이터 청소를 하면 어떨까 싶어 일찍 왔어요. 저희가 스스로 봉사하는 거예요!" 담임쌤이 시킨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혹시 요즘에도 아이들에게 운동장 벌 청소를 시키는 간 큰 쌤이 있나 싶어 아이들에게 다가간 건데, 이런 반전이 있다니! 후배들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쓰레기를 줍고 있다는 진심 어린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말 그대로 심쿵이다. 그랬던 것이로구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며 두 친구를 꼭 껴안아 주었다. 너희의 모든 순간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너희들의 앞날에 늘 기쁨이 가득하기를! 일상을 관찰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기록하려고 마음먹자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순간이 더 잘 보인다. 삶을 더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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