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안 책방? 본캐와 부캐사이

진정한 마음 처방전 가능!

by 리코더곰쌤

너무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다. 약국 안에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 N잡러 약사님 이야기. 크! 책을 좋아하다 못해 세컨드잡으로 삼으심. 덕업일치의 꿈을 이루셨다니 진정 부럽다. 이 분 글 진짜 찰지게 쓰심. 모든 에피소드를 웃으며 읽었다.

건조한 직업 수행자 본캐와 열정적인 덕업일치 부캐 이야기가 묘하게 어울린다. 흡입력이 장난 아니다. 약국 빈 약장 하나를 책장으로 만들었다는 스토리는 웃프면서도 묘하게 공감이 된다. 그래서 부제가 '아직 독립 못한 책방'이다.

특히 콘택 600 손님의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콕 집어 선전하는 그 약 달라고 하시지 왜 약사님한테 감기약 추천은 해달라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구여히 광고에 나오는 그 약을 달라고 할 거면서. 아, 직업인의 비애여!

약사와 교사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연차수가 늘수록 말수가 준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최소 필수만 하려는 방어형 인간이 된다. 누구나 거절당하는 경험은 힘들다. 존경, 인정, 이거까지 바라는 게 아니다. 엉엉.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거절들로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우리 약사님, 하지만 서점 주인 모드일 때는 수다쟁이가 되지요.

다음부터 약국 가면 아는 체 안 하고 증상 말하고 약사님이 주시는 약 두 손으로 받아올 거다. 아님 감기에는 뭐가 좋아요 묻지 않고 화이투벤 사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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