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음악실에 장구를 준비할 때였다. 마침 복도를 지나가다가 악기 소리가 들리자 자석에 이끌리듯 스르르 음악실로 발걸음을 하신 우리 부장님. 이 분은 교대 다니실 때 음악 전공하셔서 가야금도 장구도 수준급이다.
어머나, 어찌 이런 행운이 있담. 이 좋은 기회를 놓질 수가 없지. 부장님을 붙들고 장구 장단 지도 스킬을 전수받았다. "애들은 이렇게 힘 빼고 치는 걸 어려워해."
부장님, 저도 그건 못하겠는데요. 손목 힘을 빼고 '더러러러' 오른손 열채를 굴려주는 건 정말로 어려운 신공이다.
퇴근길 1층 복도를 지나다가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이 있길래 슬쩍 보니, 아까 내게 장구를 과외해 주신 고마우신 부장님 반이다. 감사 인사를 전할 겸 교실 문을 열었다. 와! 너무 예쁜 모빌이 보인다.
오늘 이 반 아이들은 클레이로 바닷속 세상을 표현했나 보다. 그런데 저 낚싯줄은 어떻게 매다신 건지 궁금해서 여쭈어보았다.
"초록색 꽃 철사에 모루를 엮어서 둥그렇게 엮은 다음 집게 두 개로 고정시켰어." 어머나, 이 창의성 어쩔 거예요. 그다음 그 집게를 글루건으로 천장에 붙인 것이로군요. 오우, 지저스!
"그런데 아까부터 뭘 그렇게 만들고 계세요?" 물병을 담는 작은 가방인데 사이즈가 조그만 것이 꼬마들 쓰기 딱 좋은 용도 같다.
"우리 반 급식 먹으러 갈 때 늘 비닐봉지에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가 하나 있어. 부모님이 물병 가방을 안 사주시나 봐. 다른 친구들 눈치 못 채게 이거 선물로 주려고."
아, 나는 정말 존경스러운 동료와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구나. 정말 고맙고 감사한 우리 부장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