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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5시간전

과제는 못하더라도 인공지능에게 질 수는 없지

카페인 나를 도와줘

주말동안 동화 과제를 하기 위해 애를 썼다. 겨우 한페이지를 썼는데 실타래가 술술 풀리지가 않아 애꿎은 커피만 계속 들이켰다. 매주 화요일은  동화 작법 수업이 있는 날, 이번 주가 내가 발표 차례다.


디카페인 블랙커피, 믹스커피, 까페라떼까지 각종 커피를 책상 앞에 신주 단지처럼 모셔 놓은 까닭은 맛있는 걸 먹으면 좀 더 좋은 생각이 날까하는 희망 때문이다. 안 풀리는 수학문제를 풀듯 모니터 앞에서 용을 썼더니 당만 땡긴다. 당장 오늘 밤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 아직 완성도 못했으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 환상동화는 쓰기는 생활동화 쓰기보다 더 어렵구나. 어떻게 해도 익숙한 클리셰같고 내가 쓰는 스토리는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어제는 하도 답답해서 인공지능 A.I. chat gpt한테 나 대신 줄거리를 만들어 달라고 시키기도 했다.  

내가 쓰려고 하는 상황과 배경을 설정하여 나 대신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A.I가 추천해준 내용은 재미가 하나도 없는 거다. 어라? 이상하게도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역시 창의성은 아직 기계가 사람만 못하구나. 내 과제를 못하는 한이 있더라고 컴퓨터에게 굴복하긴 싫은 이 마음,  딜레마다.


스트레스만 엄청 받고 다른 일도 못하고 애꿎은 노트북만 만지작 거리는데, 아침 밥을 먹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 속에서 '유레카!'를 외치듯 말이다. 그 다음부터는 누가 내게 말을 시키더라도 입 하나를 벙긋하기 싫었다. 마치 머릿 속 아이디어가 입으로 빠져나갈까봐 무서워서 말이다.


샤워를 하면서도 머릿속에 얼개를 잡고 줄거리를 상상했다.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며 걸어가면서도 작품에 쓸 에피소드를 상상했다.

편의점에 들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강릉 커피를 샀다. 마음에 드는 이 향이 머리 속 아이디어를 술술 나오게 해 줄 향기로운 촉매제가 되길 기대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정관장 홍삼 파우치를 먹듯 조심 조심 커피를 흡입했다. 카페인, 얼른 뇌를 깨워줘 주문을 외며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른다. 이제는 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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