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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고 여행, 영어인지요?

영어가 아니고 이탈리아 음악용어랍니다.

by 리코더곰쌤

"선생님, 겨울 방학에 어디 가세요?"

"스페인 여행 가려고."

자유여행으로 가시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저으신다. 일정 짜는 것도 바쁘고 자녀분도 있기에 여러모로 신경이 쓰여서 여행사 상품을 선택했단다. 패키지는 짧은 시간에 여러 군데를 다니는 곳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자녀분이 혹시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더니 안심하란다.

"내가 신청한 건 '라르고'라고 하는 여행 상품이야. 한 도시 위주로 보는 거라서 별로 안 힘들듯해. "



'라르고'는 음악 용어로 아주 느리게 또는 풍부한 표정으로 연주하라는 뜻이다. 영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이탈리아어로 음악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우리 선생님이 선택하신 패키지 상품이 '라르고 여행'이라면 극기훈련이 아니라 설렁설렁 유유자적 쉬엄쉬엄 둘러본다는 느낌이 팍 온다.

음악 전담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음악 교과서 속 빠르기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초등 단계에서는 라르고는 건너 뛰고 아다지오부터 나온다. 라르고는 아다지오보다 더 느리다.


4학년 교과서는 다음과 같이 총 5가지 항목의 빠르기말이 나온다.

Andante(느리게)-Andantino(조금 느리게)
-Moderato(보통 빠르게)-Allegretto(조금 빠르게)
-Allegro(빠르게)

5학년 음악 교과서에는 조금 심화되어 두 가지 항목이 추가되었다. '매우 느리게'란 뜻을 가진 아다지오와 '매우 빠르게'라는 뜻의 비바체다.

나도 리코더로 고음악을 연습하기 전에는 빠르기말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참 낯설었다. 보통 리코더로 소나타를 배울 때에는 빠른 악장과 느린 악장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제일 처음이 1악장이 느린 아다지오라면 2악장은 빠른 알레그로가 나오는 식이다.

피아노를 안 배운 아이들은 처음 듣는 말이라서 아주 골치가 아픈 지점이 된다. 피아노를 배웠다면 이런 기호가 낯익을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연습문제를 풀 시간이다. 100점을 기원하며!

정답은 여기에. 4-3-5-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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