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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를 떠난 고비사막행 로컬 버스

1) 고비사막 이동 첫날 (오전타임)

by 마고캐런

여행시기 : 나담축제 기간(7월 11~13일까지)에 도착했지만 다음날 고비사막으로 장거리 여행

여행목적 : 여름이니까 푸른 초원이 그리워서? 아니 뜨거운 사막에 목말라서 이열치열 날아감




이른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무작정 나온 토요일의 UB 시내는 나담 축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무척 조용하다. 밤새 달린 사람들이 주말이라 늦잠을 자는가 싶은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먼저 내려간 호스트가 건물 앞 도로에서 무작정 손을 드는 행동에 이게 뭐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무단횡단을 해서 도로를 건너간 그녀는 승용차 한 대에 타더니 횡단보도 앞에서 무단으로 유턴을 시켜 바로 내 앞에 차를 세운다. WHAT?


- 아니 택시를 안 부르고 왜 지나가는 승용차를 붙잡으세요?

- 여기서는 다니는 모든 차가 택시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고 보니 내 상식으로 한정된 차 지붕에 TAXI 라고 적힌 차량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일까? UB 시내에 돌아다니는 모든 자가용들이 그저 손만 들면 사람을 태울 준비가 된 일종의 부업인지 전업인지 택시로 바로 용도변경을 한단다. 헐~ 이건 히치하이커 수준이 아니라 지나가는 차를 마치 나의 자가용인 것처럼 손들고 세우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게 여기선 기본상식이라고? 이것이 울란바토르 도착해서 처음 받은 충격 1탄이다 (거리의 모든 자동차를 나의 전용 콜택시처럼 이용하라)



- 터미널까지 여기 두사람 부탁해요


그렇게 나는 모르는 자동차 아니 지나가는 아무 차에 실려 가이드랑 바리바리 챙긴 짐을 끌어안고 장거리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버스터미널로 갔다. 몽골언어는 모르지만 영어단어가 적당히 섞여 있으면 이해는 하는데 생각보다 영어단어가 별도 없다. 게다가 예상과 달리 너무 깨끗한 터미널 건물이다 싶더니 역시 화장실은 돈을 받는다.



오전 8시.

버스 출발은 제시간에 할까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늦지 않게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비사막 유목민 마을이다. 오후 3시~4시 사이에는 숙소가 있는 마을에 도착할 거라고 말하는데 아니 무슨 도착시간도 없는 버스여행이냐고 가이드한테 따져 물었더니 부족한 영어로 도로 사정에 따라 도착시간은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다며 또박또박 천천히 대답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이 8시니까 오후 3시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오늘 하루 버스만 7~8시간 타야 한다. 휴~~ 마음은 단단히 먹고 물은 조금만 마셨다. 인도 여행 때처럼 화장실 문제가 생길거 같은 불안한 느낌 때문이다.



터미널을 출발한 지 15분 지나니 지평선처럼 펼쳐지는 초원지대.

산? 인지 언덕? 인지 소. 염소. 말.... 몽골를 떠올리게 하는 무리의 동물들이 평화롭게 여행자의 기분을 풀어준다.




오전 10시.

버스가 갓길에 그냥 섰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둘 하차하더니 버스 옆에서 바지를 내리고 볼일을 본다. 헉~ 이건 인도에서 보던 노상방뇨? 여기 몽골에서도 이런 걸 하고 있었구나. 세상에나! 그럼 남자들이야 뒤돌아서서 간단히 볼일을 보면 되지만 바지를 내리고 앉아야 하는 여인들은 이런 평원에서 어떡하란 말이니? 결국 인도 이후로 처음으로 뜨거운 열기의 지평선에 엉덩이를 보이며 볼일을 봐야 할 상황이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저 앞에 몇 걸음 더 걸어가면 내 몸 감출 정도의 둔덕이 있다. 그곳까지 걸어가서 볼일을 본 덕분에 내 엉덩이가 버스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보이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가!


캐런의 유목 여행은 그렇게 현지인처럼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나담축제 티켓을 숙소에서 주기에 찾아간 씨름(?) 비슷한 거 하는 경기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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