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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쟁이 엄마

가만히 있자니 창피하고 해명하자니 구차한

by 누스

어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잘 먹히는 유머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애들을 깔깔거리게 만드는 유머코드는 “방귀”다. 동요도 뿡뿡 꾸르륵 거리는 가사가 나오는 걸 좋아하고, 삐졌을 때도 입으로 뿡 소리를 몇 번 내주면 금세 까르르 웃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만의 개그가 생겼는데, “00야 방귀 좀 그만 뀌어” 하고 괜히 놀리는 거다. 서로 방귀 좀 그만 뀌라면서 한쪽으로는 입으로 뿡뿡 소리를 내는 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개그를 시전 한다는 거다. 그것도 나한테만. 같이 걸어가다가도, 동네 슈퍼에서도 “엄마~ 방귀 좀 그만 뀌어요“라면서 제들 딴엔 장난을 건다. 엇, 예상치 못한 공격이다. 아닌데… 나 진짜 안 뀌었는데… 니들이 그러면 내가 뭐가 되니. 하지만 녀석들에게 이런 미묘한 입장까지 헤아릴 고도의 사회적 센스가 있을 리가 없다. “얘들아 밖에서 너무 크게 얘기하면 안 돼^^” 내가 할 수 있는 방어는 딱 이 정도. 그렇게 난 졸지에 밖에서 뿡뿡거리고 다니는 방귀쟁이 엄마가 되어 버렸다. 가만히 있자니 낯 뜨겁고 해명하자니 사연이 너무 길어서 오히려 구차해지는 그림이다.


새로운 유머코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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