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도의 피가 흐르는 딸내미 어록
어느새 세 돌이 훌쩍 넘은 딸이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해서 모두를 놀라게 할 때가 있다. 한동안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교육을 시켰더니 "엄마,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면 안 돼요!"라며 잔소리를 하질 않나, 같이 걸어가다가 뜬금없이 "엄마 정말 많이 컸다~" 이러질 않나.
제법 어른 흉내를 내보지만 감출 수 없는 아이다움과 어설픈 말 실력에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엄마 잘 건강하고 잘 먹으세요. 잘 똑똑하세요~"
엄마에 대한 독점욕이 한껏 달아오른 날엔, 깜찍한 목소리로 무시무시한 말을 하기도 한다.
"아빠랑 동생은 소파 밑에 들어가라고 해요! 아빠랑 동생은 바다에 던질 거예요!"
나를 꼭 빼닮아 감수성이 풍부한 딸은, 공대를 나와 숫자랑만 일하는 아빠는 여태껏 모르는 세계에 이미 발을 담근 듯하다. 특히 그 감수성은 밤에 더 풍부해진다. 어젯밤엔 월요병이 왔는지 딸아이가 갑자기 침울한 얼굴로 내 품에 안겨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울면 눈물이 비로 떨어져요.
맙소사... 뭐야 너 정말...
언젠가는 이 꼬마를 나의 놀이터에 초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맛에 사람을 키우는구나. 누군가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모처럼 설레는 가슴을 안고 단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