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
유난히 하루가 길었던 날엔
내게도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
불 꺼진 방 한 구석에서
꾹꾹 삼킨 하루의 설움
메인 목으로 토하는 나
괜찮아 괜찮아
빈 등을 쓸어줄
언니가 있었으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소리 내 울어도 괜찮아
마음껏 들켜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등을 쓸어줄 나의
언니가 있었다면
그럼 난 정말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아
언니가 둘이나 있는 친구가 이사를 하면서 자기 방이 생겼다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 보았어요. 그 동안 언니들과 방을 함께 쓰느라 한 번도 오롯이 자기만의 공간을 갖지 못했으니 얼마나 피곤한 일이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전 그 친구를 보며 부러웠던 시간들이 더 많았어요. 여자 형제가 없는 저로서는 자매들끼리 밥을 먹고 쇼핑을 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무척이나 말에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언니와 공유하고 의논하는 친구를 보며 동성의 자매가 있다는 건 평생 함께 하는 친구가 있는 거구나 생각했지요.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자매들은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보라와 덕선이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좋은 환상 보다는 훨씬 더 서로의 영역과 소유물에 민감하고 투쟁적인 관계 말에요. 저도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사촌언니들의 살벌한 싸움을 떠올려 보면 고개가 절로 내저어집니다.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서로 수십번쯤 죽이고 다시 무덤에서 꺼내서 죽였을 그들이, 이제는 각자 결혼을 하고 나니 서로 살림 사는 이야기, 조카 챙기는 일들로 누구보다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래요. 언니들도 알런지 모르겠어요.
언니라는 존재가-그럼에도 불구하고-너무나 필요할 때. 마음껏 욕하고 투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방안에서 홀로 하루을 마무리 해야 할 때는 그래요, 언니가 있었으면 하고 상상하곤 해요. 내 대신 화내 줄 사람,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인 척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 줄 사람. 가끔은 그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혼자 말해 보곤 해요. 누구에게도 들키지 못한 하루의 마음에게, 말 없이 차 한 잔 끓여 내어 줄 언니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