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
노란 장판은 시원해서 좋아
배 깔고 누워 낮잠 자기 좋아
있잖아 내가 신발 물어놔도 혼내지마
언니 냄새가 그립단 말야
혼자 있는 집
혼자 하는 놀이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시간만이 내 친구였지
하얀 벽지는 오래 전 일이지
내가 죄다 물어 뜯어버렸으니까
있잖아 나는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어
저 멀리 언니 발소리일까
혼자 있는 집
혼자 있는 시간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시간만이 내 친구였지
식구들이 강아지를 참 좋아해요. 그 중에서 저는 말할 것도 없고요. 지금까지 저희 집을 거쳐간 강아지가 열 마리쯤 되는 걸로 기억합니다. 다들 말 그대로 거쳐갔어요. 사실 집에 있는 사람이 없어서 키우다 시골로 보내기를 열 번쯤 한 셈이죠. 마지막으로 키웠던 강아지가 이 노래 속 '호이'였어요. 노랗고 보드라운 솜뭉치 같은 아가가 어느 날 찾아왔지요. 호이의 엄마는 포메라이언, 아빠는 모른다고 했어요.
호이는 이전의 강아지들처럼 하루의 많은 시간을 혼자 있어야 했어요.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가는 사람 역할을 할 때면 호이가 쫓아나오지 못하게 간식을 저 멀리 던져 주고 얼른 뛰어 나오는 게 일이 었습니다. 닫힌 문 뒤로 원망스런 호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지만 아픈 마음으로도 어쩔 방법이 없었어요. 불을 켜놓고, 라디오를 켜놓고, 간식과 물을 수북히 주는 것. 혼자 있는 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저의 전부였어요.
우리가 없는 동안 호이는 최선을 다해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혼낼 수가 없었어요. 그 시간이 얼마나 가혹했겠어요. 어느 날 제가 평소와 달리 낮에 집에 있었던 적이 있는데 호이는 제가 있는대도 베란다 밖만 내다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누군가 말소리만 나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반가워하는 걸 보고 아, 우리가 없을 때 호이는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구나 그 때 알았습니다.
혼자 있는 녀석이 너무 불쌍해서 다른 집으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고작 일주일만에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지만요. 집에 다시 데리고온 날 밤, 평소에는 호이가 제 발치에서 자곤 했는데 그 날은 밤새 저와 등을 딱 붙이고 잠을 잤어요. 등으로 전해지던 호이의 온기. 이 조그만 동물이 온몸으로 사랑을 말해주었던 그 순간을 아직도 저는 기억합니다.
아쉽게도 호이는 우리와 아주 오래 함께 하지는 못했어요. 결국은 지인의 시골집에 보내져서 간간히 사진으로 늠름한 시골개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더랍니다. 그리고 저는 호이를 끝으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가족들에게 선포했습니다. 끝까지, 생명이 다할 때 까지 키울 수 없다면 다시는 어떤 생명체도 키우지 않겠노라고요. 사실 지금도 강아지만 보면 예쁘고 호이 생각도 많이 납니다. 문을 열면 저멀리서부터 타다닥 뛰어오던 발소리, 호이야 부르면 다가와 갸웃거리던 고개, 불꺼진 내 방에 호이가 들어올 때 문틈 사이로 비치던 불빛. 어쩌면 죄다 작고 작은 것들 뿐인데 고 녀석에게는 온몸과 온힘이었던 것들. 내 사랑스러웠던 작은 호이. 욕심이 있다면 호이에게도 우리와 함께 있던 시간이 좋은 꿈이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