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테
나무의 나이테는
단단한 줄기에 생겨나고
아이들이 나이테는
세월 묻은 벽지에 새겨지고
엄마의 나이테는
노을 같은 이마에 번져가고
나의 나이테는
홀짝인 라떼 한 모금 마다
스무살이 되면 난 다 큰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서른이 되면 번듯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른은 서른은 시간에 쓸려와
목구멍이 아프도록 삼켜내야 하는 것을
그 시절엔 내가 알지 못했다
한 모금 마다 마른 거품 자국
컵바닥에 가라앉은 꿈을 쳐다 본다
꿈을 찾아 간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커피는 확실히 어른들의 음료였어요. 엄마가 남긴 달달한 맥심 커피 한 모금을 훔쳐 마시면은 나도 왠지 어른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쭐거렸어요. 이제는 커피란 원래 쓴 거였다는 사실도 알아버렸고, 거의 매일 물 마시듯 하는 커피가 그 때 만큼 낭만적이지 않은 것은 확실히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네요.
뜨거운 라떼 한 잔을 시간을 들여 한 모금씩 마셔본 사람이라면 아마 아실 거에요. 천천히 마시다보면 컵 안에 하나 둘 늘어가는 거품 자국.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커피가 줄어갈 수록 흔적은 늘어갑니다.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무언가를 남기는 일일까요. 유명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신문에 이름 나는 사람이 아니어도,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은 가까이에 흔적이 되어 남지요. 때로는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모님의 얼굴에서도요.
애써 커피를 마시며 삼켜온 일들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꾹꾹 삼켜냈던 시간들, 들추어 낼 일이 무어있나요. 어른인 척하는 일이 조금 지칠 때 마다 컵을 들고 얼굴을 숨겨 봅시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로 부터 잠영하는 시간. 대신 컵 바닥이 드러날 때 쯤이면 당신이 새겨놓은 시간의 흔적을 따라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기를 응원할게요. 커피잔 안 늘어가는 나이테를 버텨내려면 위도 튼튼해야 해요.
힘내요, 어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