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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Mar 28. 2020

안하던 일 해보기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지내면서

어제는 감자고로케를 만들었다. 그것처럼 쉬운 요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 쉬운 요리를 하고자 마음먹었고,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안해봤던 일을 하는데, 마음과 몸을 일치시키기까지는 어쨋든 시간이 필요하다. 


고로케 만들기가 쉬운지는 해보지 않으면 알지못한다. 감자를 찌고, 으깨고, 양파 당근 볶고, 으깬감자와 섞어서 둥글납작하게 빗고, 그것을 계란 밀가루 물을 묻혀서, 빵가루를 입혀 튀겨내면 된다. 튀긴것은 뭐든지 맛있다는 설이 있지만, 감자고로케 맛은 딱 그랬다.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며칠전에는 바나나빵을 만들어봤다. 생생한 바나나로 하려니, 잘 뭉개지지 않아, 기계에 갈아서 했다. 이 바나나빵도 엄청 쉽다. 물론 빵만들기를 쉽게 해주는 훌륭한 유튜버 덕분이긴 하지만, 부엌에 빵 냄새를 퍼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했는데, 잘 나왔다. 예전에 같은 유튜버가 알려준 대로 옥수수빵을 만들었는데, 그때도 괜찮았었다. 이스트를 넣으면, 발효를 1,2차 시켜야 하는등,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데, 베이킹 파우더와 베이킹 소다를 넣으면, 바로 빵을 만들수 있다. 이것도 몇번 해보니, 빵의 생리에 조금 눈을 뜨게 되어 나름대로 갖게 된 지식이다. 


예전에 팥앙꼬를 만들려고 팥을 삶아놓았는데, 보관이 잘못되었는지, 냉동고에서 깨내서 녹히고 보니, 시큼한 냄새가 난다. 팥 앙꼬 만드는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는데, 그걸 버리는 것이 그리 아깝고 속상했다. 그러면서 겨우 팥이 상해 버려야 하는 데도 이만큼의 마음이 쓰이는데, 요즘 곳곳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생각하며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어쨋거나 팥앙코로 찹쌀 도너츠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어 인절미로 전환했다. 콩고물을 갖고 있어서 그나마 만들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요즘 보게 된 유튜버 아줌마의 동영상을 보면서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쉽다고 말할 수 있음은 해보았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는 지난번 못했던 찹쌀도너츠를 만들려고 팥을 불리고 있다. 어제 쓰고 남은 기름이 있으니, 한번 더 튀김음식을 도전해본다. 그런데 이런 음식은 사실 누군가와 나눠먹기 위해서 만들만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싶어서 해본다.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사실 도전이란 말이 좀 우습게 들리긴 한다. 유(튜버) 선생이 있으니, 생각이 난 것을 해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토론토에 사는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가 문을 닫아 집에서 인터넷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치만들기 레시피를 달라고 한다. 남편과 함께 만들어보려고 한단다. 집에 올때마다 김치를 담아주곤 했는데, 요즘엔 올수도 없고, 갈수도 없다. 움직이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이제 김치를 담아보겠다니, 빠른편인지 늦은편인지 모르겠지만, 뭉클하다.


우선은 동영상을 한번 살펴보라고 하고, 레시피를 적어주었다. 역시 유튜버 망치 아줌마가 한국식 영어로 설명을 잘해준다. 내가 적어준 것을 이해하기 어려우면, 망치 아줌마 동영상을 보고, 따라서 하면 될 것이라 했더니, 사위가 "엄마 레시피"로만 할 것이라고, 나를 감동시킨다.


미국과 캐나다는  "essential(필수적인)" 업종만 영업이 허용된다. 우리같은 편의점은 필수업체에 속해서 문을 열고 있는데, 미국 동생네는 "필수적인" 업종에 속하지 않는 "bueaty supply" 직종이라 문을 닫아야 하는데, 경찰이 와서 문을 닫으라고 할때까지 열었다는 소식이다. 하루와 반나절 더 열었단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휴지등, 많은 물건이 갖춰져 있지만, 업종분류가 안되었나 보다. 어떤 사람은 정부가 열지말라는 그 시간 이후에 문을 열지 않았지만, 동생네는 경찰이 강제적으로 문을 닫으라고 할때까지 버텨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그런 것들이 "용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위의 제목에 적혀있는 바에 맞춘다면, 안해보던 "불법적인 일"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속이 심해져서 사람과 사람 사이 2m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된단다. 400달러라고.  더이상 불법적인 일을 하면 안되겠지만, 사람 사이 가까운 게 불법이 되다니, 참으로 괴이한 세상을 만나고 있다.


가족 카톡방에서는 주일 예배에 대한 의견들이 있었다. 미국, 캐나다, 한국의 가족들이 모여있는데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이라 입장들이 비슷하긴 한데, 주일성수를 지켜야 한다는 대전제앞에 있는 가족도 있다. 이런 저런  의견들을 나눴는데, 언니가 장문의 글을 올렸다. 본인은 가족방에 모인 사람들을 생각하며 올린 글인데, 얼마나 고심하면서 썼느냐면, 지우고 다시 쓰고 하는데 5시간쯤 걸렸다고 했다. 이 언니는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를 동네 한인들과 가족들에게 나눠준다고 밤늦게까지 재봉을 돌리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 가족중 재봉기술이 있는 이들은 수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다국적 마스크 공장을 차려보는 게 어떻겠냐며,  정보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막내 동생은 직원들을 위해 EI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잘안되어 공무원과 직접 통화하는데, 5시간인가를 기다려 했다고 했다. 결과는 별로 좋지 않다면서. 이것도 그녀가 해본 첫번째 일이었을 것이다. 캐나다 정부의 업무 처리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빨리빨리"를 이나라 사람이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래보기도 한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어떤 것들을 한번 해보자, 이것이 내가 코로나에 대해서 갖는 공격적 자세이다. 억지로 뭔가를 새로 경험해볼 수도 있다. 굳이 덧붙이고 싶진 않지만, 바이스러의 방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내가 하고싶던 것, 미처 실천해보지 못한 것을 해본다면 여러모로 이 시기를 견뎌내는 기쁨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페스트에 보면, 페스트 창궐시에도 보잘것없는 직업인인 그랑은 "모두에게 경의를 받을" 좋은 문장을 건지기 위해서 매일 저녁 자신의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어떤 환경에서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움직여야 한다는, 그것외에 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을 알베르 카뮈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언니가 가족방에서 나눈 글을 옮겨본다.


언니의 안타까운 맘을 잘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은 밖에서 마음대로 예배를 드릴수 없는 공산주의 나라에서도 자기 백성을 마음껏 사랑하시고, 전염병때문에 예배당에  가지 못하는 당신의 연약한 백성에게도 변함없이 사랑하십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공산주의에 매이시겠습니까? 전염병에 매이시겠습니까?
믿건데 하나님이 우리를 받으시는 것은 우리가 생명을 다하여 예배를 지키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사람안에 당신의 아들 예그리스도가 계시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우리가 악착같이 하나님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택한 자녀를 그 분이 붙들고 계시는 것입니다. 내 노력으로는 하나님을 붙들기에 실패할 수 있어도 하나님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하나님을 방해하여 나를 놓치시겠습니까? 사망이 하나님을 방해하겠습니까? 어떠한 사탄 마귀도 하나님 손에서 나를 떼어 놀 재주가 없습니다. 내가 어느 상황에 놓였든지 바다속에 갇혔던지, 내땅속에 숨어있을지라도 하나님은 나를 찾아내십니다. 하나님을 막을자가 이 세상에도 저 세상에도 없습니다. 내가 전전긍긍히 하나님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붙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에 아들을 이미 내어 주셨기때문에 그 어떠한 세력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를 떼어 놓지 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by Jo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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