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녕, 쿠바

그 깊이를 알수 없는 캐네디언과 쿠바의 우정

by mindy

어느날 식당앞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장강명 작가가 쓴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이어서, 과연 나도? 가능한 이야기인가? 하면서 즐거운 상상속에 스마트폰 독서앱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점심시간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식당의 매니저가 나를 지나치면서, 살짝 어깨를 치고 간다. 호감의 표시로 받아들인다. 조금 후에 한 부부가 내곁에 앉았다. 곁에 앉은 여자는 내게 말을 붙였다. 그런데 내가 영어로 대답하니, 바로 말문을 닫아버린다. 조금 있다 그녀의 남편이 대화를 이어준다. 쿠바에 10년째 온다고 했던가. 이번에는 2주 계획으로 왔다고 했다. 캐네디언이지만 퀘벡에서 와서 영어가 서툴렀다. 그렇게 안면을 트고 나니, 식당에서도 볼때마다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됐다.


리조트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소통이 쉽지 않았다. 스패니쉬를 대부분 사용하고, 프렌치, 러시아어등 많은 언어가 섞여있었다. 사실상 3.5 스타 호텔로 그다지 깨끗하거나 완벽하지 않은데, 이곳에만 온다는 사람도 만났다. 일하는 사람들과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포옹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특별히 20년째 온다는 그리스 사람은 이제는 은퇴했지만 토론토 생선시장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사람과 함께 일했다며 몇마디 한국말을 하면서 만날 때마다 한국어 인사를 한다. 호텔 직원들도 리셉션등 몇명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인터넷 연결이 그리 좋지 않았다. 잠시 전화를 내려놓으면, 매번 접속을 다시 해야해서 사용하기가 불편했다. 그런 인터넷으로 들어온 뉴스가 "쿠바의 에너지 위기"가 극에 달한다는 소식이었다. 우리는 11일 떠나기로 했는데, 10일 드디어 에어 캐나다가 더이상 쿠바로 사람들을 실어나르지 않고, 빈 비행기를 보내서 있는 사람들 데려오기로 했다는 발표였다. 우리가 타고온 비행기는 웨스트 젯이었는데, 웨스트 젯은 아직은 그런 발표를 하지않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몇시간 후에 웨스트젯도 쿠바에 더이상 사람을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쿠바 공항에서 기름을 제공받을 수 없기에 기름을 싣고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우리와 리조트내 사람들은 무사히 갈수 있겠지만, 남아있는 쿠바인들이 걱정이 되었다.


떠나는 날은 오후 4시경이었기에 방을 비워주고, 로비와 비치에서 책읽기등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게 될 심산이었다. 그날도 로비에 있다 보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환영음악과 춤이 요란하다. 도착하자마자 춤으로 기쁨을 표시하는 사람들을 보니, 아직 이곳은 멀쩡하구나 안심이 된다. 그들은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유럽에서 온 사람들에게 저렇게 대대적인 환영을 해주다니, 우리가 왔을 때는 저런게 왜 없었지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갈때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등 직원들이 로비에 속속 모인다. 무슨 일이 있는가, 궁금해하면서 짐을 찾아 놓는다.


어느새 잘 정돈된 테이블에는 파인애플이 꽂힌 칵테일 곁에 치즈와 햄등 안주거리도 가지런히 담겨있다. 그리고 대문에 걸려있던 쿠바 국기와 캐나다 국기가 내려지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 일을 주관하고 있는 매니저가 "방송"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소곳한 말로 나와 주변에 "오늘 캐나다인들이 떠나는 날이다. 당신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는 캐나다인들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 음식이 우리들을 위한 것이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대부분의 케네디언들이 오늘 떠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함께 사진촬영을 하자고도 했다. 그는 접시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준다. 또 너희들에게 고맙고, 떠남이 슬프다고 말하면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우리 모두 눈시울이 붉어져간다. 그리스 사람이 쿠바 국기 가운데에 서있고, 아래쪽으로 직원들이 캐나다 국기를 들고 섰다. 미리 나와있던 여행객이 조금씩 모여든다. 나도 그곳으로 가서 포즈를 잡는다.


석별의 정을 나누며 대접하는 쿠바 리조트 직원들과 사진촬영하는 캐나다 관광객들


그 서운함을 음악에 담아 모두 쿠바춤을 춘다. 삼바 스텝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잘보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반복스텝인데, 꽤 흥겹다. 몇명이 열성적으로 몸을 흔들고, 주변 사람들이 따라하면서 춤판이 벌어졌다.

그리스 아저씨는 당연 그날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미 알코올이 들어간 듯 흐느적거리며 주변사람들을 춤으로 안내한다. 전직원과 아는 것 같고, 이미 반은 가족같은 사이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리조트내에는 날씬한 이런 품종의 고양이들이 많았다.


그분도 남은 일정을 종료하고 비행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되자, 공항으로 우리들을 실어갈 버스가 온다. 약간의 계획 변경이 있었던지, 가야할 사람을 태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행기는 이미 늦게 뜬다고 연락을 받아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다. 무사히 다 태우고 출발했던 버스는 갑자기 닥친 상황에 혼선이 많이 빚어졌던 것같다. 다시 리조트와 연락하면서 버스에 탔던 가이드는 그 그리스 아저씨와 아내는 오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라며 다시 내려줘야 한다고 했다. 다음 리조트에서 손님을 더 태운 버스는 다시 돌아가서 그 아저씨를 내려주고 우리는 비행장으로 떠났다.




집에 돌아와서 빨래를 하고 나니 바지 주머니에 하얗게 뭉쳐진 것들이 나왔다. 화장실 휴지다. 쿠바에서부터 온 화장지다. 화장실에는 휴지가 귀했다. 한통이 있는 적이 거의 없다. 서너명이 쓸 정도의 휴지가 둘둘 말려있으면 다행이다. 한명이 지키고 필요할 때마다 리필해놓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화장실에 휴지가 없기도 했다. 나중에는 숙소에 있는 휴지를 뜯어서 가지고 다니는 요령을 알게 됐다. 그래서 치마든 바지든 주머니만 있으면 휴지를 넣어놓았기에 빨래후 그 휴지들이 발견된 것이다.


전기가 자주 나갔다. 모든게 스톱한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지만, 얼마후에는 별다른 반응들을 하지 않고 스마트폰 플래시를 켠다. 조금 기다리다보면 또 전기가 들어오곤 했다. 숙소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바에서 언제나 정전의 시간들이 있었다.


우리들은 저절로 물자를 아끼는 마음이 들었다. 필요없는 숙소의 전기는 모두 끄고 외출한다. 숙소내 청소도 매일 하지 말라고 했다. 수건과 이불보등을 매번 빠는 것도 힘겹게 느껴질 것 같아서다.


우리는 그렇게 쿠바를 떠나왔다. 우리가 온 다음에 캐나다인의 쿠바여행은 금지되었으니, 행운이었다고도 볼수 있다. 아이들은 정말 잘 먹었고 잘 놀았다. 그리고 한동안 못보게 될 쿠바인들에게 대한 걱정을 한아름 안고 왔다. 자연을 이용해서 돈을 벌었던 쿠바같은 나라는 살길이 막막해져간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잠시 갔다왔던 곳(Memories Trinidad Del Ma)에 관한 리뷰를 찾아보았다. 모두들 좋은 점수를 주고, 다시 꼭 간다는 약속들이다. 일정을 못채우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벽5시부터 식당문을 열었다는 글도 있었다. 희망을 갖고 다시 갈날을 기다려봐야겠다.


해질녘 자주 나와봤던 리조트내 앞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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