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가족이라는 울타리
이 병을 겪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그래도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었다.”였다.
그 생각이 얼마나 실감 나는지, 이제는 알겠다.
혼자였다면 아마 이미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이라는 울타리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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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병했을 때, 나는 아내에게 자세하게 말하지 못했다.
괜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고, 아빠로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하지만 통증은 그런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아파서 바닥에 웅크리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잡아준 건 아내였다.
“병원 가자, 괜찮아. 가면 나을 수 있어. 힘들면 같이 가줄게.”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인지 통증 때문인지 모를 뜨거운 물이 흘러내렸다.
아내는 나보다 먼저 검색을 하고, 병원을 찾아주고, 약을 챙겨줬다.
밤마다 인공눈물과 연고를 대신 꺼내 주던 손길은
그 어떤 약보다 따뜻했다.
나는 그 손을 잡으며 깨달았다.
병과 싸우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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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시간도 달라졌다.
통증이 심할 때면 아들이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아빠 눈 아파?”
그 작은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아이는 아빠의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괜찮은 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솔직히 말했다.
“응, 오늘은 조금 아파. 그래서 조용히 놀자.”
그러면 아이는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아빠 눈 안 아프게 해 줄게.”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고, 동시에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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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고통을 덜어주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고통을 함께 견뎌주는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아내의 작은 배려, 아이의 한마디,
부모님의 “조심해라”라는 짧은 전화 한 통조차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들의 존재가 내 삶의 균형을 지탱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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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을 겪으며 나는 가족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
그전까지의 나는 늘 “내가 해야 한다”, “내가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가족은 내가 기대도 되는 사람들이다.
그 안에서 비로소 내가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어쩌면 병보다 더 무서운 건
‘혼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울타리 안에는 늘 누군가 있었다.
그 울타리는 나를 가두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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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그 울타리를 떠올린다.
아내의 손, 아이의 웃음,
집안 가득 퍼지는 저녁 냄새,
그 모든 것이 나를 다시 일상으로 불러낸다.
삶이 고통뿐이라 믿었던 나에게,
가족은 여전히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다.
그게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