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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Oct 26. 2018

01 당신이 꼭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쓰는 이들 옆에서 늘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세상은 잘 모른다. 존재 자체도 물음표다. <당신의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는 청춘들이 출판계에 많이 입문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 “대체 어떤 일인데 그래?”라는 관심을 받아서, 새드한 우리 출판계에 똑똑한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고 나아가 남의 글을 맨처음 읽고 쓰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남의 글과 말을 다듬고 발굴하면서 배우게 된 세상일과, 그 세상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한국 출판계에 1도 기여하지 못한 보통의 출판인이 부탁 한번 합니다.

“당신이 여기에 꼭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01

글을 쓰려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까지 있는 걸 보면 진짜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가 보다. 하지만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듯, 오래 앉아 있다고 좋은 글이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쓸 마음과 글로 쓸 분명한 대상이 있은 다음에야, 엉덩이의 위대함도 논할 수 있다.

나는 태생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에게 대한 존경과 애정이 있다. 그들이 남들보다 위대하고 훌륭해서가 아니다.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아서도 아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글을 쓴다고 똑똑한 건 절대 아니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 본 결과다. 다만 그들이 보통의 우리들보다 조금 훌륭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꺼낼 줄 아는 능력이다. 그리고 어떤 대상에 대한 무한 애정과 신뢰의 끈질긴 마음이다. 나는 그동안 약 100권의 책을 만들었고, 그보다 더 많은 작가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어떤 대상을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밖으로 수줍게 꺼내 보는 사람이다.


작가

어떤 대상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그 마음 감추지 못해 밖으로 끌어내는 자


그런 작가들이기에, 또 그런 마음을 알기에, 나는 작가들이 아무리 까탈을 부리고 징징(?)거려도 그들을 깊이 애정한다. 까탈과 징징 속에서 그들의 인간다움을 느끼며,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편집자도 인간이기에 분노의 불길을 내뿜어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편집자는 그런 그들을 도합 세 번 만난다. 왜 세 번인가? ‘직접’ 만나고 ‘글’로 만나며, 마침내 ‘제3의 얼굴’을 접하기 때문이다. 제3의 얼굴은 그들의 글이 <책>이라는 형태로 갖추어질 때까지 그들이 보이는 얼굴이다. 우리만 아는 그들의 얼굴. 작가를 상징적으로 세 번 만나는 이 직업이 편집자이다. 작가도 정의를 내렸으니 편집자도 정의를 내려 볼까?


편집자

어떤 대상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그 마음을 밖으로 꺼내고 싶은 사람(작가)과 그것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이어주는 중개인. 또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책임지는 사람      


나는 예전부터 ‘편집자’라는 단어보다 더 좋은 말이 생기기를 늘 바랐다. 영어인 에디터editor가 더 근사하게 들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데 에디터라고 부르기는 뭣해서 마냥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도 이 직업의 이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관심은커녕 세상에는 이 직업을 아는 자보다 모르는 자가 더 많이 산다.

세상에는 이름과 하는 일이 명확한 직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명확한 직업이 더 가치 있고 유망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명확하면 이득(?)이 있다. 일단 유명하다. 예를 들어, 선생님은 학교 등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소방관은 불을 끄는 사람, 요리사는 요리하는 사람. 혹여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그런 일만 하는 줄 알아요? 얼마나 하는 일이 많은데요.”라고 따져 물어도 사전적 정의를 부인하지 못하는 것처럼, 편집자도 딱 떨어지는 이름과 10자 이내의 정의가 있으면 지금보다 더 유명(?)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명의 기준은 유치원생 또는 초등생들도 아는 직업이다.  


직업 이름도 별로고, 직업적 정의가 한도 끝도 없이 길고 애매모호한 일을 하는 편집자. 작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면서, 늘 독자들을 바라 봐야 하는 사람.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알기에 작가에게 애틋함이 있는 사람. 이런 편집자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여, 똑똑한 인재들이 출판계에 많이 들어오기를 꿈꾸고 있다. 너무 원대해서 소박하게 느껴지는 목적이다. 그런데 왠지 꼭 이룰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한국 출판계에 1도 기여하지 못한 보통의 출판인이 부탁 한번 합니다......

“당신이 여기에 꼭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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