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과 집중력의 엉망진창 분배
아, 어디 갔지? 아 분명 ‘어딘가에 잘’ 뒀는데… 하루하루가 찾는 일상이다. 누군가는 사용 후에 제자리에 두면 찾을 필요가 없잖아. 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 ADHD 인들은 그 간단한 사실이 무척 어렵다(우리라고 묶어서 미안하다). 이는 지능지수와는 상관은 없는 것 같다.
물건을 원래 있던 자리에 두는 것처럼 당신 생각에는 당연하고도 간단한 행위가 나에게는 이런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1. 내가 그 물건을 어디다 뒀더라아. 있을 만한 곳부터 싹 뒤져 일단 찾는데 벌써 NN 분 소모.
2. 찾았다! 겨우 찾은 물건을 다음 일정 때문에 급하게 사용. (왜냐하면 찾는 데 이미 시간 소모가 많이 발생.)
3. 새로운 다짐. ‘이번엔 사용하고 제자리에 둬야지. 다음에 딱 그 장소만 찾으면 되게’
4. 근데 어디에다 둬야 할까?
5. 분류 및 구조화가 어려운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내가 못하고 관심 없어 하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이미 뇌에너지 고갈. 방전 방전!
6. 에잇! 그냥 내가 이 물건을 찾을 법한 장소나 있을법한 장소로 내가 기억하기 쉬운 어딘가쯤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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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그 물건을 어디다 뒀더라아- (무한 반복)
아마 내가 정리를 못하는 이유는 이미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찾는 과정에서 집중력과 에너지의 과한 소모로 정리까지 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의학 정보에 따르면 ADHD는 뇌의 시냅스가 발달하지 않은 문제로 마무리까지 하는 것이 잘 안된다. 약물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약물은 그야말로 머리에 힘주고 집중해야 할 때 자연적으로 흐트러지는 정신력이나 조절할 수 없는 충동을 다스려주는 정도이고 40년 가까이 잡힌 습관은 스스로 고치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이 당연한 바이다.
그래도 약물과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인 지금, 작은 것들은 지퍼백에 모아 네임펜으로 적어 작은 서랍 안에 넣은 뒤, 서랍에 넣어둔 물건들의 이름표를 적어 붙여준다. “취미-문구류”, “문구 외 취미 용품”등 대충 써두고 나중에 그 서랍만 찾아봐도 되게 말이다.
정리의 달인들이 쓴 글이나 정리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 ‘구조화’해서 분류하라는데 그놈의 ‘구조화’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나름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긴 했다. 크기별, 색깔별, 종류별… 나누다 보면 어떤 품목은 어디에 속하는지 모호하다. 그 순간만큼은 그냥 넣고 싶은 곳에 넣는 충동이 올라오고 난 이미 그렇게 하고 난 뒤다. 그 순간 나름대로의 정리를 하고는 당연히 메모하는 건 깜박 잊어버린다. 그러니 다음에 물건을 찾기 위해 나는 모든 서랍을 다 뒤져본다. 정리만 예쁘게 한 뒤 물건을 찾을 때는 뒤적뒤적하며 흩트려놓지만, 결코 바로 정리하는 법은 없다. 나중에 보면 책꽂이 어딘가에 위치가 찰떡이라 거기 그냥 올려둔 걸 찾게 되고 잊힌 서랍 속 엉망진창은 그대로 쭉 간다.
이렇듯 내 인생은 매번 물건을 찾는 데에만 시간을 5할 이상 썼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땐 그렇게 중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반드시 꼭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우린 이걸 충동이라 부르기로 했어요.)으로 하루 종일 뒤지다가 힘들어서 포기하면 나중에 물건을 둔 위치가 기억나서 뒤늦게 찾는다. 이럴 거면 그때 그 고생을 하며 시간 낭비나 하지 말지. 일의 순서와 중요도를 모르는 ADHD의 뇌로서 기억력과 시간을 얼마나 낭비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현재 나는 약을 먹으면서도 스스로 바뀌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러 궁리 끝에 최근에는 소리 내어 말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둔 위치를 기억한다. “내 빨간 연필 새것은 두 번째 취미 용품 서랍 안에 있어.” 듣기와 말하기로 기억하면 뇌는 이중으로 기억을 해서 나중에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실제로 전보다 조금 나아졌다(당연히 100%는 아니다). 현재의 나는 약물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스스로 더 나아가고자 하고 있다. 집중과 선택이 어려운 나는 조직화라는 것을 훈련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금은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