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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 Oct 24. 2021

아직도 나를 찾는 중

03. 브랜드 에이전시, 창문 있던 고시원

영상회사를 관둔 뒤 대학교 졸업 전 UIUX(당시 웹디자인) 회사를 잠시 거쳐,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의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전에 여러 회사들을 거치며,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할까, 어떤 디자인을 할 때 제일 희열을 느낄까?’ 고민했고 어떠한 프로젝트 주워졌을 때 이를 스토리로 재해석하여 압축된 하나의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생명(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곤 하였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성장하고자 방향을 정하게 되었고 브랜드 에이전시에 취업하며 여러 로고 시안을 테스트해보기도 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는 작업도 경험하게 되었다. 이때도 종종 철야를 하는 날들이 있었지만 브랜드라는 길에서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어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단지 인턴의 신분으로 언제 정규직이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쉽사리 거처를 구할 수 없어 고시원에서 지냈는데 그래도 나름 40만 원의 방을 계약해서 그런지 5평 안에 화장실과 얼굴만 내밀 수 있는 작은 창문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졸업 전에 인턴으로 취직한 탓이라 월급은 30만 원 정도로(학교에서 지원을 해줬어야 했다고 했는데 곧 졸업이라 안된다는 말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시원 월세보다 적어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배운 것들은 정말 많았다. 브랜드 디자인 매력에 빠져 계속 다니고 싶던 곳이었지만 이듬해 12월에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니 인턴으로 있고 싶으면 더 있어도 되나 월급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경영팀의 통지를 받았다.


아직도 그날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회사 점심시간이었고 돈을 아끼고자 종종 고시원으로 가서 점심을 해결하곤 했었다.

(그래도 살던 고시원이 좋은 곳이었던 터라 김치, 밥, 계란, 라면이 무려 무한 제공이었다.)

창가 근처 책상에서 밥을 먹다가 문득 작은 창문밖에 수많은 빌딩을 보게 되었는데 ‘저 많은 건물 중에 왜 내 자리는 없을까?’ 라며 눈물 흘렸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전에 경험했던 곳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내 마음가짐이었다. 학생 신분으로 직장을 병행하는 것과 이젠 사회인으로서 직장이 주된 목표로 다녀야 하는 것은 부모님 곁을 나와 진정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는 힘들어하는 모습이나, 우는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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