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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개미 Oct 06. 2020

사치와 가치

쿠폰에서 오는 찬스


긴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어디도 못 간 휴일을 맞이했다. 9평 정도 되는 자취방에 혼자 어찌나 심심하던지

오랜만에 맞이하는 휴일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님 노동에 길들여진 것인지 오죽했으면

‘내가 백수가 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하고, 회사를 가는 일상을 아주 잠시나마 그리워했던 긴 휴일이었다.


근데 뭐 그 생각이 오래간 적이 있던가?

(그럼 그럼)


월요일인 오늘 몸이 너무 피곤했다.

회사원들은 그럴 때마다 커피를 수액 삼아 산다지만 나는 커피도 잘 못 마실뿐더러 4천 원~6천 원 되는 커피를 마시기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점심시간 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회사원들을 볼 때마다 ‘비싼 커피 사치, 나에겐 아깝다. 그 돈이면 뜨뜻한 국밥 한 그릇 먹지’ 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 국밥충이었던 것이니...?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어제 언니가 생일 쿠폰으로 받은 스타벅스 쿠폰인데 내일 만료라며 나에게 양도했다.

(본인은 오늘까지 쓸시간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한다.)


점심시간 후 어느 정도 바쁜 업무를 쳐내고 나니 어머 벌써 오후 4시~


이때다. 스타벅 쿠폰을 쓸 시간!


뭐지? 이 뿌듯한감 은근한 기대감?

나에게 다가올 '달달함'때문인지 스타벅스라는 새로운 공간을 온 '경험'때문인지.

카페엔 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회의하는 회사원들이 그 공간을 메우고 있다.


커. 알. 못인 난 고민 끝에 신메뉴를 골랐다.

보통 생일 쿠폰을 사용할 땐 추가 금액이 없어서 여러 가지 추가할 수 있지만 난 오히려 뺐다.

평소 단맛은 목이 메는 느낌이라 당도와 헤이즐넛 시럽을 한 단계씩 낮췄다.


드디어

이미지 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 헤이즐넛오트쇼콜라

"'헤이즐넛 오트 쇼콜라'나왔습니다~!"

쇼콜라 쇼콜라 ~

한 모금을 슉 마시니

달달 구니 하면서 고소한 맛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더니, 뇌로 퍼져가 폭죽처럼 팡팡 슈팅스타가 터지는 느낌!

그 느낌은 바로 얼굴에 반영되어 쇼콜릿같은 미소를 띠게 하니 업무 중 행복이로다.


'그래, 그래 이 맛이지. 이래서 다들 업무 중에 커피를 마시는구나. (비록 나는 쇼콜라를 먹었지만.) 이전 회사에서도 대리님들이 커피를 비싼 돈 주고 먹는 게 이해가 안 갔고, 사치 같았다.

(뭐 그땐 어렸으니.)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맛이었던 것인지. 이제 제법 좀 이해가 될 것 같군.)


오!  사치의 가치! 로구나


이 말이 너무 멋지고 재밌어서 쿠폰을 준 언니에게 인승샷과 감사 인사를 보내며 이 말을 했다.


나-"언니! 나 멋진 말 떠올랐어!'예전엔 사치라 느껴졌던 것들이 가치로 느껴지네' 어때 멋지지??"


그러더니 언니가 호통을 치며


언니-"미친아, 공짜니까 그렇지. 사치 맞아.

너, 6,000원 주고 커피 먹을 수 있어? 전주 콩나물 국밥이 6,000원"


언니는 커리어우먼이 된듯한 나의 '사치의 가치'를

전주 콩나물 국밥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장난이지만)


이렇게 우리 자맨 뼛속까지 국밥충이란 것을 증명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사치'라고 느꼈던 것을 '가치'라고 느끼게 해 줬던 쿠폰에게 감사한 하루였다.




오늘도 내일도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요.

@mingaemi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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