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개미 Oct 02. 2023

추석 때 고향 집에서 추억을 뒤지며

올 추석 고향 집에서 방을 정리하다가 추억을 마주했습니다.

이번 추석 때 서울에서 고향 집에 내려오면 물건들을 정리하라는 엄마의 부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의 대 서사를 정리했다. 정리를 한 것인지 추억을 정리한 것인지 모를...

현재 고향 집 방은 중-대학교 시절에 멈춰있었다. 그때 봤던 참고서나 책들 그리고 일기장과 플래너들 뭐 이리 잡동사니가 많은지. 다시는 물건을 쌓아두지 말고 버리자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린 시절에 주고받은 교환 일기, 일기장들 그리고 공부 플래너들.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절'을 고대로 담은 글들과 서로 만나고 싶어서 절절했던 편지들을 보며 얼마나 따뜻한 시절을 보냈는지 다시금 생각이 들었다.


고향 집에서 과거 물건들을 정리할 때는 물건이 많아서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때 시절로 돌아가 잠시

시간을 돼돌아보는 '멈춤'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묘한 감정들이 흐른다.

언니가 '밍크'잡지에서 모았던 '카드캡터 사쿠라'의 만화책과 카드들, 그땐 어떻게 매달을 기다렸을까? 지금은 정주행하는 시대엔 상상도 못하겠지? 기다리는 설렘이 가득했던 그때

#반가움과 어색함

이젠 연락을 안 하고 사이가 틀어진 친구들의 사진을 발견할 때면 숨이 막힌다. '그땐 참 잘 지냈었는데'

어색한 마음을 억누르고 그 사진을 또 사진을 찍어서 오랜만에 추석 안부인사를 메신저로 보내면 간단한 인사만 오갈 뿐이다. 또다시 생각한다. '그래. 여기까지겠지.'


#먹먹함과 그리움

그러다가 발견한 돌아가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한다. 1997년. 그땐 핸드폰 같은 게 없어서

편지 또는 전화로만 연락했던 때였다. 내가 7살이었을 때였는데 외가댁에 두 분은 나를 참 귀여워했던 게 느껴진다. "00아, 동해시에서 이번엔 오징어 거 많이 안 잡혀서 못 보내주어서 미안하다.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미안함과 바람을 3-4줄 담백하게 보낸 편지. 마침 엄마가 청소 중 인 내 방에 들어오셔서 그 편지지를 보여드리니, 맞춤법을 틀리면서도 진실되게 쓴 그들의 편지를 보고 뭉클하신 듯 멋쩍게 웃으셨다.

#꿈과 응원

친구들과 주고받은 교환 일기나 어릴 때 주고받은 친구들과의 편지에서는 이런 내용이 화두였다.

"우린 어떤 어른이 될까? 우린 꿈을 이루고 살까?"그 편지를 주고받았던 친구들이 현재 잘 지내는지

살아는 있는지도 잘 모르고, 이뤘는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응원하고 있다.

고등학교 철 필통 안엔 항상 내가 좋아했던 '에픽하이' 타블로가 읊었던 랩 가사가 있었다. 역시 '꿈'에 대한 글이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오랜만의 추억 판도라 상자를 열어서 정리는 잘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또 세월을 가뒀습니다.

뒤에서 엄마는 말씀하십니다.


"지금 챙긴 것 나중에 서울에 갖고 가는 것 맞지?"

저는 우선 그렇다고 얼버무리고, 또다시 추억을 잔뜩이고 담았습니다.

남은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지금도 잘 쌓아가고 있을 추억들


어릴 때 모은 필통들, 또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했다... 옆에서 언니는 '보노보노' 과거 필통 당근에서 비싸게 판다며...근데 아무도 안 간다고 하는데......


Instagram @mingaemi_b

작가의 이전글 (텀블벅)고민이 몽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