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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Mar 31. 2021

이상하지만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ep56. 방탄소년단_Life goes on

"이상하지만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 책 제목 너무 끌리는데?"


"그렇지? 언니도 한 번 읽어봐"


타미와 함께 해파랑길 한 코스 걷기를 떠났던 지난겨울 하루, 그녀의 짐꾸러미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 그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찰칵 찍어왔더랬다. 시간이 나면 읽어봐야지 하고 틈을 보다가 갑자기 갖고 싶은 게 없냐며 깜짝 선물 하나 해주겠다는 오빠에게 슬며시 사달라고 졸라서 데려온 책.


정상이기보다는 이상(異常) 한 것이 어쩌면 정말로 이상(理想)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작가의 소신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책. 그녀의 두 조카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주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필자가 뽑아낸 제목 '이상하지만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할머니.

예전에는 나는 나고, 할머니는 할머니 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예전의 나는 그냥 어린아이인 , 학생인 . 할머니의 손녀딸인 젊은 . 그러니까 나는 영원히 젊은 사람이었고, 나와 달리 할머니라는 존재는 따로 있는 것이었다. 고로 나는 '미래'라는 시간내가 언젠가 '할머니'  거라는 생각에는 미처 뻗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학창시절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될래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개는 "9 뉴스 아나운서요"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는 의사요" "  버는 사업가요" "저는 오락실 사장님 할래요"라는 나와 친구들의 답변이 주를 이뤘고,


좋은 엄마가 된다거나 다정한 아빠가 된다는 대답했던 친구들은 그 당시에는 그보다는 더 큰 꿈을 꾸어보고 다른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오라며 숙제를 다시 내주시곤 했었는데, 어쩌면 그 친구들이야 말고 미래를 그 누구보다 또렷하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그때 내뱉었던 말보다 가장  미래에 유력하고 확실한 미래는 할머니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물론 할머니라는 미래는 반드시 온다는 것도 불확실 하지만 그런 깊고 (deep)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서른 너머의 지금. 아마 내가 그 당시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은 딱 서른 이 즈음이었을 거다. 대학생을 지나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때. 이쯤 되면 세상의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았던 나의 서른. 그리고 이제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헛헛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어쩌면 나의 어른은 오래도록 딱 서른까지만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제는 의도적으로 멀리멀리 더 멀리, 할머니가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래야 오래도록 헛헛하지 않을  같아서.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정이라는 생각을   있을  같아서 말이다. 어렴풋 할머니가  나를 그려보기 시작했던 적이 떠오르기는 한다. 아마도 <마이 유니버스>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였던  같은데 이때 아주  미래에 찍어본 나의  하나.


서재 안에 놓여있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어린 손주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동화책에서 한 번쯤 만나봤던 따뜻하지만 어른다운 할머니. 그간의 경험이 마냥 쓸모없게 느껴지지 않는, 나름의 지혜가 있는 할머니의 하루.


그래. 먼 미래에 한 순간을 그린다면 나는 이런 순간을 꿈꾼다.


이 평범하고도 채워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나의 이상(理想) 이자 자유로움일 거라고 기대해본다.



*메인그림은 수플레 작가님이자 금손 타미님의 작품입니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56번째 곡

BTS_Life goes on

https://youtu.be/-5q5mZbe3V8

BTS (방탄소년단) 'Life Goes On' Official MV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56번째 곡은 방탄소년단의 Life goes on입니다. 지난 주말 밀린 유퀴즈를 보는데 방탄소년단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왜 다들 Army를 자청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높이 날수록 기쁘다 보다는 무섭다는 마음이 쑥쑥 들었다던 그들의 마음이 공감 가기도 하고, 더 이상 추락이 두렵지 않다던 멤버 슈가의 말은 저의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저도 언제쯤이면 내리막길 여정에서 여유롭게 춤출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될까요. 당장은 바라지도 않지만요. 아무튼 '삶은 계속된다' 고 이야기 하는 노래 <Life goes on>와 함께 오늘 하루도 근사하게 보내보아요. 수이팅!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여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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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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