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_4
7. 블로그와 브런치를 시작하다
드로잉을 배우기 전에는, 드로잉을 배워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다 그려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림만 그릴 줄 알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물론 지금도 몹시 매우 부족한 그림 실력이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스토리텔링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깨닫게 돼요. 친구들과 웃고 떠들 때는 분명히 배꼽 빠지게 재밌는 이야기였는데, 인스타툰에 올리기 위해 10컷으로 쪼개고 나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모두가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모두가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듯,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그림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뒤늦게 배운 드로잉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인스타툰을 그리고는 있지만, 사실 뜻대로 그려지지 않아 자괴감을 느낄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았어요. 내 뜻대로 그려지지 않은 그림을, 글로써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림이라는 장르가 추가되었으니 나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 셈입니다. 그림으로 표현이 안 되는 답답함을 글로써 표출하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인스타툰도 그리고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글도 쓰지만, 신나게 그리고 쓴 다음 후회도 많이 합니다. 혹시 나의 그림 내용으로 문제가 생길까 봐 자가 검열도 많이 하고, 새벽 감성으로 쓴 글이 나중에 보면 오글거릴까 봐 올렸다가 삭제를 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음에, 그 사람들이 해주는 반응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직까지는 즐겁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창작 활동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의미 없을지도 모를 지금의 기록들이 미래의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 반짝이는 보석이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기에 저는 오늘도 기록을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