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 연극 속 모든 게 진짜인 줄 알았어요
튀르키예의 파타라 해변과 영화 아비정전을 보고 싶어 지게 만드는 극. 터키 블루스. 2013년 초연 이후 꾸준히 연우무대 시리즈로 올라온 극인데 이름만 들어보고 직접 보게 된 건 처음이었다. 원년 배우와 스태프가 그대로 모였다는 점이 특별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과 세션 간의 합이 정말 잘 맞았다.
솔직히 얘기하면 극 중 스토리가 꼭 이름만 바꾸고 배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전석호, 김다흰 두 배우의 생활연기에 깜박 속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혁이의 터키(그때는 터키였으니까) 여행 때 현지인들과의 에피소드를 듣는데, 그게 배경 영상 속에 고스란히 나오니까.
공연은 아주 독특한 형식이다. 진짜 잘못 만들면 이게 뭐지 주크박스형인가, 브이로그인가 혼란스럽거나 재미가 없을 수 있는데 두 인물 간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그 코어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관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관객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뮤지컬만큼이나 노래가 많은데, 극 중 시완이 부르는 노래들도 그 코어가 되는 스토리나 감정선과 연관이 있는 것들을 부르기 때문에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밤바다를 보러 가는 길에 맞는 노래가 나온다던가 하는.)
극은 고2 시완과 중3 주혁의 우정을 다룬다. 공부를 잘하는 시완은 주혁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주혁은 시완에게 음악으로 세상을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는 멋대로인 주혁이와 신중하고 완벽주의자인 시완이의 너무도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같은 우정.
보면서 꼭 드라마 <은중과 상연> 생각도 많이 났다. <주혁과 시완> 버전으로 드라마 하나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서로에게 이토록 영향을 많이 미쳤는데. 그들의 우정은 과거 그 시점에 멈춰있지만 어른이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들의 삶과 선택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걸 보여준다. 그걸 보고 있지만 내 지난 시절의 소중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새해 일출을 보겠다고 밤 운전을 감행하며 결국 추위에 떨며 본 동해바다 일출이나, 친구들과 함께 처음 갔던 우당탕탕 해외여행이나, 공부만 빼고 다 재밌었던 기숙사 밤샘 토크라던지. 모두 다 나의 것, 나의 기억이지만 현재는 다시 가질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아, 게다가 튀르키예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극에 등장하는 튀르키예의 여러 지역들의 영상들이 나오고, 여행 프로그램처럼 몰랐던 사실을 알려준다. 카파도키아와 이스탄불밖에 몰랐던 나에게 튀르키예를 더욱더 가고 싶게 만들어준! 찾아보니 2025년 다시 튀르키예 여행을 통해 창작진과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만들어간 공동창작 작품이라고. 무대에 올라오지 않은 것 중에 또 얼마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을까. 공연장을 나와서 당장에 파타라 해변을 검색해 봤다. 물빛이 정말 아름답잖아. 나중에 꼭 같이 터키에 가자! 고 외쳤던 주혁과 시완처럼 나도 튀르키예에 꼭 가야겠다고 외쳐본다.
이런 공동창작이 웰메이드로 탄생하기란, 게다가 이렇게 여러 번의 공연을 거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공연은 다른 배우가 설 수 없다. 같이 동고동락하며 다녀온 사람들만이 줄 수 있는 끈끈함과 진짜 같은 느낌을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어쩌면 극단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좋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그 덕에 관객들은 진짜 같은 걸 경험하게 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