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엔드 성공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공연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블록버스터 공연이 들어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공연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자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원작인 작품으로 스크린 속 모든 것을 고스란히 무대에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도쿄 초연을 시작으로 2024년 런던 웨스트앤드, 2025년 상하이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은 공연으로 한국에서의 만남은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공연은 티켓 예매 사이트상 뮤지컬로 분류되어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뮤지컬도 연극도 아닌 음악극에 가깝다. 관객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뮤지컬만큼의 넘버는 없고 (노래를 부르긴 하지만 메인 OST 2곡 정도) 히사이시 조 작곡의 애니메이션 OST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음악이 베이스가 되어주기 때문에 완전히 연극으로 보기는 어려운 애매한 장르. 지만 장르와 상관없이 꼭 봐야 하는 대규모 스케일의 공연이다. 게다가 원작 영화를 봤다면 더더욱! 이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그래서 왜 꼭 봐야 하냐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한 소녀 치히로의 가족이 이사 가는 날 우연히 발견한 터널에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엄마 아빠가 갑자기 돼지로 변해버린 후 치히로가 겪는 모험을 그린 이야기다. 신들의 세계 속에 들어간 치히로의 모험 이야기인지라 극 중 다채롭게 생기고 특이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독특하게 생겼기 때문에 사실 무대에서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를테면 가마할아범은 팔과 다리가 총 8개인 거미 같은 형태이고, 온천장의 주인 마녀 유바바는 시도 때도 없이 요술을 부려 무엇이로든 변할 수 있으며, 얼굴이 없는 귀신같은 형체의 가오나시와 거대한 몸집을 가진 아기 보우, 머리만 세개가 돌아다니는 돌머리삼총사 등등이 있다. 이 캐릭터들은 정확히 무대에 거의 그대로 구현되는데, LED나 빔프로젝터 등을 이용해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배우에게 분장과 의상 등으로 구현되는 것이 엄청난 매력포인트.
작품의 주요 배경은 신들의 세계 속 유바바가 운영하는 온천장인데. 영화 속에서도 그렇듯 이 온천장이 몹시 크다. 거대한 각양각색의 모습을 가진 신들이 쉬러 오는 곳인 데다 강물, 온천장, 숙소, 보일러실까지 치히로가 계속해서 뛰어다니는데 이 길들을 무대에 맞춰 수작업으로 변화시키며 공간감을 부여한다. 모두 다 대단한 장치가 있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배우들이 대부분 손으로 소품을 들고 빠르게 움직여서 탄생하는 장면들인데, 배우들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몰입이 잘 된다는 게 특징!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무대화시킨 공연들의 특징 중 하나는 퍼펫의 사용인데 정말 귀엽다. (이후에 이렇게 퍼펫을 잘 사용하는 공연에 대해서도 몇 개 더 소개할 예정.) 역시나 배우들이 퍼펫을 막대기 같은 것에 연결해서 사실 사람이 들고 다니는 게 다 보이는데도 퍼펫의 움직임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써서 나중에는 배우들이 보이지 않고 퍼펫만 보이는 느낌. 센과 치히로에서는 귀엽기로 유명한 숯검댕이들과 까마귀와 쥐 등 다양한 퍼펫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장점이 있는 작품. 내한공연이다 보니 아무래도 자막을 보며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자막기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고, 무엇보다 영화의 대사와 99% 이상 동일할 정도로 그대로 옮겨와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공연은 무대와 커튼콜 등 모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공연소개 이미지 속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으니 이번 오리지널 투어를 꼭 놓치지 말고 보기를 추천한다.
*공연정보*
기간 : ~2026.3.22.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인상적인 장면 : 가마할아범의 등장, 유바바의 분노, 오물신
주요 캐스팅 추천
- 치히로 : 카미시라이시 모네 (치히로 캐릭터에 찰떡)
- 하쿠 : 다이고 코타로
- 유바바 : 나츠키 마리 (원작 애니메이션 유바바 성우)
매력점 : 애니메이션을 이렇게 완벽하게 무대에 구현하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