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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꾸 Mar 29. 2023

광고 기획 꿈나무였습니다만, 서비스기획자가 됐습니다.

내가 광고에서 IT 업계로 눈 돌린 이유

"아니 대체 왜?"

작년에 돌연 "서비스 기획자 됐어요"를 선언 후 1년 내내 대답하기 바빴던 질문 Top 1이다.

'누가 봐도 쟤는 광고'의 표본이었고 광고 얘기를 할 때마다 눈이 반짝였기에 더욱 그랬나 보다.


그래, 첫 글감은 너로 정했다.

광고 기획 꿈나무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광고 업계에서 IT 업계로 시선 돌린 과정을 [Prob - Insight  - Sol]의 흐름으로 썰 풀어보겠다.

혹여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참고할 만한 이정표 하나가 되길 바라며.



 Problem: 범생이 딱지 좀 떼고 싶어

항상 '광'자로 시작하는 탄탄대로 이름표들만 덕지덕지 붙이기 급급했다.

고홍보학과

고 동아리

고 어워즈 수상

고 회사 인턴


광고 모범생

정말 안 어울리는 합성어지만 그게 나였다.

가장 틀에 박히지 않아야 할 것 같은 직업군을 좇으면서도 누구보다 형식적인 학창 시절을 살아온 거다.

당장은 제일기획, 이노션 등에서 [저런 삶의 주름이 잡힌] 광고인을 원할까? 라는 무거운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같은 피드백을 광고 대행사 AE 인턴 도중 대리님들께서 주셨고

이외의 값진 조언과 경험이 5개월 간 하나 둘 쌓이며 아래 네 가지 action item을 정립했다.

(1) 부러지지 않을 나만의 한 방 정의하기
(2) 광고에 경도되지 말고 마음 설레는 다른 분야도 찾기
(3) 내 가치만큼의 정당한 물질적·정신적 pay back을 줄 업계 찾기 (이유는 할많하않이다)
(4) 직장인에서 나아가 '직업인'으로서의 성장 기회를 쥐어줄 회사 찾기



 Insight 1: [광고]가 아니라 [기획]이었어

(1)을 위해 필요했던 건 정성적인 칭찬과 감이 아닌 객관적 확신이었다.

내가 쥔 무기 중 꾸준히 날카로웠던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그간의 수상이력을 쭉 훑어봤다.

(나름의 데이터 드리븐 판단)

이곳저곳에서 상을 받아왔지만, 여러 참가자 중 나를 [제일] 돋보이게 해 준 한 방은 언제나 [기획]이었다.

신사업 전략이든, 광고 캠페인이든, 앱 서비스이든.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니 그동안 엉켜 붙었던 '광고 기획'이라는 단어가 분리되어 후자에 방점을 찍을 수 있었다.



 Insight 2: 뭘 하든 변하는 건 없어

Action item (2)를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로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했다.

그래도 그간 쌓아온 게 광고인데, 굳이 또 맨땅에 헤딩이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어떤 새로운 경험?


Back to Basics 를 외치며

머릿속에서 반복재생 됐던 RM의 일침,

"얌마 니 꿈은 뭐니?" (♪No More Dream - BTS♪)

어머니가 ARMY시다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직업이 아닌 문장이었다.

[나만의 재능으로 우리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사람 되기]


고등학생 때는 연두색 부분의 모습이 '공익 광고 캠페인'으로 그려졌다. 단지 그 캠페인을 기획하는 사람이 되고자 광고를 팠던 거였다.

 광고는 연두색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연두색의 형상이 변하더라도 오랜 꿈과 심지가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4년 간의 경험으로 알게 된

'광고에서 아쉬웠던 것 / 광고로 깨달은 것'

이 두 가지 side가 맞물려 (2)를 단행하기 위한 불을 지폈다.


하나, 광고에서 아쉬웠던 것은 [생각보다 내 꿈과는 다른 모양]이었다는 점이다.

광고 회사에 들어가면 내가 원한다고 1부터 10까지 공익 캠페인만 기획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맞닥뜨릴 광고주는 열에 아홉이 'buy'와 'use'를 갈구하는 상업 브랜드였고

그 아홉 중 브랜딩을 위해 매번 대의를 행하는 빅 브랜드가 있기란 쉽지 않으며

대개의 경우 광고주 고르기는 애초에 내 선택사항이 될 수 없었다.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공익성 짙은) 국제 광고제 수상 st.의 캠페인을 매번 기획할 수는 없다는 걸 점점 깨달으며 이 업계를 계속 바라봐야 하는 목적성이 희미해졌다.


둘, 광고로 깨달은 것은 [기술 기반 product]에 구미가 당긴다는 점이었다.

매년 꼬박꼬박 챙겨 봤던 Cannes Lions / Clio Awards / New York Festivals 주요 수상작들을 분해해 보면 추세는 점점 cutting edge tech를 기반으로 브랜드가 wow 한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 그걸 agency가 캠페인화 하여

→ 여러 지표로 공익성·화제성·(수익성)을 증명해 내는 식이었다.


이왕이면 수상 브랜드'의 agency'보다는 

아예 기술 이해를 바탕으로 wow 한 product부터 직접 기획해 내는 사람이 되면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업계가 더 좋고 나쁘다의 저울질이 아닌, 단지 현재는 그게 내 꿈을 가장 직관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거다.



 Solution: 그 끝이 서비스 기획이었을 뿐

정리해 보자.

내가 다져온 튼튼한 한 방은 [기획]이었고

기술 기반의 솔루션, 즉 IT 회사의 [서비스 product]이 내 꿈을 더 뚜렷하게 실현할 수단이었다.

 

그렇게 "아, 이제는 최전선의 기술로 다수에게 도움 되는 서비스를 직접 기획해 보자!"라는 결단으로

IT 업계의 꼭대기 층, 그중에서도 SME와 상생하는 모습이 내게는 가장 매력적이었던 초록창 회사에 기회가 생겨 '이 시점에 이게 웬 떡이냐'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문을 두드려 봤다.


순서는 거꾸로 됐지만 아래 기준에도 부합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3) 내 가치만큼의 정당한 물질적·정신적 pay back을 줄 업계 찾기
(4) 직장인에서 나아가 '직업인'으로서의 성장 기회를 쥐어줄 회사 찾기

남들이 보면 4년 내내 "광고 광고 광고 광고기획 광고기획 괵괵괵"만 하다가

대학 졸업 즈음에서야 갑자기 서비스 기획으로 홀연히 떠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원서 마감일에 공대 지원한 예고 고3, 얌전하게 숨만 쉬다 수능 전날 신명 나게 일탈한 모범생 같아서

상쾌하게 맨 위의 범생이 콤플렉스 prob도 해결했다.



아무튼, 결론.

목표는 항상 같았기에 A를 향하다 B로 삐끗 방향 튼 건 아니었다.

나에게 광고는 서비스 기획을 향해 가는 한 줄기의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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