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마주하는 마당

by around M
죽은새.png

마당은 인간의 것이기 전에 자연의 것이다.

그래서 온갖 생명이 피고 지고 살고 죽는다.


가을이니 소복한 국화 화분을 4개나 사서 늘어놓았다.

물을 주고 데크를 정리하다가

참새의 주검을 발견했다.

짧은 탄식 같은 비명.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참새는 그렇게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허락 하에

우리 마당에 떨어졌구나.


마당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알록달록 푸른 생명을 키워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당을 돌본다는 것은

매년 찾아오는 죽음을 겪어내는 것이다.


호흡도 눈짓도,
날개짓도 손짓도 멈춰버린

회색의 푸석한 죽음을 거두고

그렇게

소복한 눈 밑으로 눈물을 감추는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눈물을

온화한 대지의 호흡에 맞춰 흘려보내

생명의 밑거름이 되게 하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죽음, 그리고 까치, 참새,

이름 모를 벌레들부터 작은 지렁이와 개미와 거미.

내가 어쩌지 못한 죽음도 있고, 내 손으로 짓밟은 죽음도 있고,

나와 상관없이 끝나버린 죽음도 있었다.

나와 상관없이 모든 계절이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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