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인 전자음악을 위한 스튜디오 라이브 "Noisoom"
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에서 제작하는 전자음악 전문 공연 노이즘 (Noisoom) 2024년 5월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아티스트 '장희진'님의 인터뷰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자음악 안에서 노이즈, 소음을 가지고 즉흥 음악 연주를 하는 장희진이라고 합니다.
Q. 똑같이 전자음악이라고는 부르지만, 확실히 평소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 듣는 일렉 음악과는 다릅니다. 노이즈 뮤직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제가 만드는 소음의 총합 이런 것들을 음악이라고 부른지는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스스로 뮤지션이라고 하고 제 작업물을 음악이라고 하는 게 익숙하지 않거든요. 저는 여전히 그냥 소음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생활 소음 기계로 만들어낸 소리, 아니면 제 주변 일상생활에서 들린 소음을 모아서, 또 제 머릿속 또는 제 몸을 거쳐서 재배치된 형태로 해석해서 들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실험 음악 안에서 주로 얘기되고 있는 것 같고, 음악이라고 불러주면 감사하기도 하지만 아니어도 상관없긴 합니다.
Q. 그래도 일단 인터뷰에서는 음악이라고 해보겠습니다 :) 이런 형태의 음악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미대를 다녔고요, 그림을 오래 그렸어요. 학업 과정에서 MAX/MSP라는 프로그램을 교양 과목의 형태로 접하게 된 것이 계기인 것 같습니다. MAX/MSP는 전자음악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툴이긴 한데 당시 제가 있던 학교는 음대가 아니기도 했고 그래서 이 소프트웨어 역시 작곡의 툴로 이용하기보다는 뭔가 오디오비주얼이라든지, 혹은 그냥 재미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한 툴로써 접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작법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직접 소리를 만들어 본다는 것에 흥미가 생겼어요. 학교에서도 특정 방법을 제안하기보다는 어떤 소리를 만들어도 “그래, 재밌으면 만들어봐야지 뭐~” 이런 식으로 자유로운 창작을 장려해 주는 분위기였어요.
Q. 미술을 하셨던 것은 몰랐는데요, 그렇다면 음악을 시작하신 계기보다는 ‘예술’을 하시게 된 계기를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셔서 오래 근무를 하셨고 또 제가 초등학생 때까지도 집에서 유화를 그리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림 그리는 환경이 익숙했고 저도 공부보다는 이쪽에 관심이 있어서 미대를 가겠다고 했어요. 집에서 별다른 반대는 없으셨는데 자연스럽게 저 역시 미술 선생님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런데 저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야 하는 시점에 와서야 부모님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임용고시를 안 보고 대학원까지 간다고? 라면서요. 저는 저대로 놀랐어요. 나 예술가 되려고 한 건데 다들 그렇게 알았던 거 아니야? 하고요.
Q. 그런 과정 후에 대학원에서 사운드 작업으로의 전향이 있으셨군요. 혹시 계속 예술가로 활동하는 데에 특별한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다른 일을 해보려는 시도를 적지 않게 했었어요. 수입이나 생활의 안정 문제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취직을 해서 일을 한다거나 하면 물론 삶의 어떤 부분은 채워지긴 하지만 늘 제 마음속에 뭔가 빚이 있는 기분이었어요.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는 느낌. 제가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는 지붕 수리 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철물점에서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데 꽤 장사가 잘되었어요. 저도 조금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사장님이 어느 날 동업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좀 더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사장님께 ‘저는 작품을 좀 만들어야겠습니다’라고 거절하며 나왔는데 글쎄요, 그 이유를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주로 공연으로 활동을 많이 하시지요?
원래는 항상 즉흥 음악 연주를 먼저 했어요. 초기에는 녹음도 안 했어요. 주어진 시간 동안 현장에서 관객들하고 시간을 보낸 뒤에 그냥 사라지는 것. 어쩌다가 누가 공연을 짧게 기록해 주시거나 영상을 남겨주시거나 하면 ‘아 이렇게 했구나’하는 정도였는데요. 저도 점차 작업물을 계속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하니까 연주와 병행한 녹음을 시작했고, 누군가 제 공연 영상을 본 다음에 앨범으로 낼 생각이 있냐고 물어봐서 그제야 이 기록을 음반의 형태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2016년부터 음반을 카세트테이프의 형식 그리고 디지털 밴드캠프 음원 발매 형식으로 내기 시작했어요.
Q. 말 그대로 ‘즉흥 연주’입니다만, 어느 정도의 즉흥성이 있다고 보면 좋을까요?
저는 현장 분위기를 좀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물론 조금 느슨하게나마 계획은 가지고 오는데요, 제 앞서 공연했던 분들 또는 제 뒤에 공연할 분들 성향을 좀 파악해서 현장 분위기랑 제가 준비한 게 안 맞겠다. 싶으면 다 엎고 진짜 100% 즉흥을 할 때도 있고요.
(Interviewer : 약간 디제이 같으시네요! 공연은 여러 작품이 연결된다고 볼 수 있나요?)
공연에 제게 주어지는 시간에 따라 기본적으로 연결된 연주는 하나의 작품입니다. 물론 기록된 내용을 가지고 음원 작업을 해야겠다고 느낄 때는 그 속에서 발췌도 하고 편집도 하지만 일단 즉흥 연주로 진행되는 내용 안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보여드린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Q. 소음을 중심으로 한 작업에서는 역시 소리 수집이 중요한 활동이 될 것 같습니다.
‘일상의 소음’이라고 말하면 요즘엔 조금 재미없는 표현이긴 합니다. 제 활동 초반에는 외국 생활을 했는데요. 그때는 제가 외국인이고 낯선 환경에 처해 있으니까 사실 모든 소리가 다 신기했거든요. 그냥 평범한 지하철 소리라도 사실 뉴욕 지하철이랑 서울 지하철이랑 소리가 다르잖아요? 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아닐 수 있지만 외국인이었던 저에게는 그 차이가 되게 선명하게 다가왔었어요. 서울에서도 사람들 말소리나 자동차 소리 이런 게 서울 사는 사람들한테는 별로 감흥이 없지만, 외국인들은 뭔가 신기한 포인트를 얻고 가듯이 저한테도 당시 생활이 그런 신기함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막 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옆집 소음 이런 것조차 너무 신기했고요. 뭐 사실 공사하는 소리도 좀 한국이랑 다르거든요. 장비도 다를 거 아니에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소리를 모으긴 하지만 당시 녹음했던 소리 역시 아직도 잘 쓰고 있어요.
Q. 장희진 작가님의 공연은 ‘노트북 한 대’라는 것이 꽤 이미지화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네 제 세팅은 언제나 맥북과 마우스에요. MAX/MSP를 배우는 초기에는 아두이노라든지 센서 등을 이용해서 음악 만드는 법을 배웠었어요. 서로 닿으면 전기가 통하는 페브릭이라던가 오렌지라던가 하는 다양한 소도구를 활용한 퍼포먼스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무래도 당시 공연장의 환경에 따라서 통제가 안 되고 멋대로 작동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아무리 재미있는 사운드라도 이걸 통제를 못 하면 그런 랜덤은 재미가 없다는 의견에 저도 동의하게 되었고 결국 조금은 세팅이 재미없어지더라도 ‘내 표현은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다 통제해야겠다’라며 하나둘 위험 요소를 제거하다 보니 컴퓨터와 마우스만 남아버렸습니다. 이 마우스만큼은 고장도 안 나서 어느새 10년 정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활동을 잠시 소개해 주신다면요, 음반 발표를 하셨지요?
작년 가을에 공개했던 앨범 ‘Consistency’에 대한 리믹스 앨범 ‘Momentum Uninterrupted’가 밴드캠프를 통해 공개되어 있습니다. ‘Consistency’는 총 15개의 트랙이 수록 된 앨범인데요, 이 중 12개의 곡을 각각의 다른 14명의 아티스트가 맡아서 리믹스를 해주셨어요. 저는 사실 이 리믹스 컴필레이션을 애초의 목표로 해서 원래의 앨범도 발표했던 거거든요. ‘리믹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원을 졸업하며 활동을 시작한 기점을 돌아보면 이제 10년이 지나는 해가 되었습니다. 이만큼의 시간 동안 어떻게 내가 이런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 자신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저 역시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졸업 후에 예술인 활동을 위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요, 주변 관계자분들의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대학원 학장님이 추천서를 써주셨는데 ‘이 학생은 지금 한참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이 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미국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라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활동을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그 표현을 빌려 ‘Momentum Uninterrupted’가 이 앨범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이 리믹스에 함께한 14명의 아티스트 – 참여해주신 것조차 제가 도움을 받은 일이기는 한데요 – 제가 활동하면서 크고 작은 인연으로 함께하신 분들이라 참여 아티스트 모두가 앞으로의 멋진 활동을 방해받지 않고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작업한 앨범입니다.
Q. 공연 ‘Noisoom’은 올 한해 ‘노마디즘’이라는 키워드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주신다면요?
저의 음악 활동이야말로 진짜 디지털 노마드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노트북이랑 오디오 인터페이스만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공연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요. 환경이 바뀔 때마다 적응하기 위해 또는 적응이 안 돼서 몸부림치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딪히기 때문에 새롭게 보게 되는 제 모습이 나중에는 또 하나의 창작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컴퓨터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구속적인 면도 없지는 않지만, 점점 더 가벼워지고 이를 통해 제 활동도 점점 더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아티스트 장희진의 Noisoom 공연 보러가기 :
https://youtu.be/o4eYPEvADP8?si=E6JdWYe2udYxQf1G
::
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 Critical Listening Community
https://www.instagram.com/clc_noisoom/
강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