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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만난 타국의 mz들

우리의 우정은 대륙을 넘어

by 밍글

교환학생 시절 자주 만났던 친구들은 국적도 성격도 생김새도 너무나 다양했다.


'MZ'라는 용어조차 없던 10년 전 프라하에서 만난 내 친구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1. 스웨덴에서 온 금발의 미녀, 알리스


그녀는 유독 한국 음식을 좋아했다.


한국이란 나라가 그때만해도 이렇게 떡상하기 전이었는데 본국인 스웨덴에서 가깝게 지내던 친구 중 한국인 교포 친구가 있었어 한식을 종종 먹었다고 했다.


가끔 여러 친구들이 모여 포트럭 파티를 할 때면 나는 그녀를 위해 잡채를 만들어갔다. (무려... 홈메이드 잡채!)


졸업하고 뭐 하고싶어?라고 물었을 때 그녀는 일을 좀 해보다가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다고 했는데, 스웨덴 국민들에겐 대학원 공부는 전부 무료라고 했다.


북유럽 국가들의 선진적인 복지 제도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한 국가의 교육정책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다른지도 알게 됐다.


사진은 프라하에서 당시 몇 없던 한식당 중 시내에 자리하고 있던 '마미' 에서 '아이러브 킴취춴~'을 외치며 김치부침개를 먹고 같이 전시회를 갔던 날.



1425969697578.jpeg 이 한식당 아직도 있으려나..?









2. 러시아에서 온 단발의 댄서, 나스탸


그녀와의 인연은 Miller 교수님댁 홈파티에서 시작되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친해져서 언제는 학교 근처 호숫가에서 피크닉을 했다.


그녀는 나를 볼 때면 10대 후반같다(동안이라는 뜻;;)면서 아시아인들은 왜 다 어려보이냐고 물었다.


나이도 나보다 2살이나 어렸는데도 대화를 하다보면 왕언니 같은 성숙한 면모가 느껴졌다.


작은 키의 그녀는 취미가 댄스였는데 거의 수준급이어서 지금쯤 댄서로 활동하고 있으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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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 아름다운 호숫가







3. BTS를 나에게 전파한, 카자흐스탄 소녀 비바


프라하가 동유럽 국가이고 구소련이었다보니 러시아 문화의 잔재(?)가 남아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유독 러시아권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중 카자흐스탄에서 온 비바는 나랑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닌(NYU Prague) 친구였는데 친한 일본인 친구인 켄타로가 둘이 잘 맞을 거 같다며 소개를 시켜줬다.


그녀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우린 한국 음식을 요리해먹었고 그녀는 나에게 BTS라는 그룹을 아냐며 너무 잘생기고 귀엽다며 유튜브 영상을 떼로 보여줬다.


지금 생각하면 난 프라하에서 K-POP을 역전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왠지 빠른 결혼은 하지 않을 것만 같던 철부지 그녀는 졸업 후 본국에 돌아가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았다.




12932755_550726835105528_8606979924995869692_n.jpg 비바네서 먹었던 닭볶음탕






4.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연락이 닿는 친구들이 있다.


일본에서 요요 사업을 하는 켄타로는 나보다 사실상 오빠(?)여서 일본어로 대화할 땐 존대말을 쓰게 된다.


그는 요요 챔피언이면서 요요 브랜드와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어딜 가도 노마드 인생을 살 수 있는 그를 보면서 자기만의 지속가능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얼마나 큰 자유를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유창한 다개국어(영어, 불어, 러시아어까지!) 실력으로 룩셈부르크에서 일하고 있는 비키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한국인 피를 가진 친구.


그녀는 카레이스키(한국계 키르기스탄인)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를 코리안이라고 소개하는 데 마다하지 않는다.


5년 주기로 한번 볼까 싶은 친구이지만 우리의 우정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소중한 끈이 된다.


이들 모두가 나의 삶에 아주 작은 점들로 큰 파장을 일으켜준, 소중한 우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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