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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림 Nov 19. 2023

신입이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된 이유

#1 <일단은 프리랜서입니다>

일단은 프리랜서입니다

나는 총 세 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 글을 쓰고, 통역을 하며,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예약이 배정되는 만큼 통역을 하고, 남는 시간에 글을 틈틈이 쓴다. 쉽게 말하면 ‘프리랜서’인 셈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프리랜서라고 소개한다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왠지 자유로울 것 같고(free니까), 원하는 때에만 일할 것 같고, 여행을 하며 어디서나 일할 것 같고, 돈도 회사원보다 잘 벌 것만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만 하니 스트레스도 적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때로는 무료로 일을 해주고(이것도 free이다), 업무량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고용의 불안정성에 벌벌 떨고, 돈이 없어 끼니를 건너뛸 때도 있다. 사실 프리랜서도 프리랜서 나름이다. 프리랜서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특정 직업이라기보다는 근무 형태에 가깝다. 촬영, 디자인, 편집, 일러스트, 개발, 자문 등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가 있을 수 있다. 그중 전문성이 있는 일부 직군은 끊임없이 의뢰가 들어오고 자신의 서비스가 높은 가격에 책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세울 강점도 딱히 없는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상적인 프리랜서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프리랜서가 된 이유

처음부터 프리랜서가 되려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일이다. 하지만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설명이 되는 결정인 것 같기도 하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는 진짜로 좋아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 뭔지 찾기를 열망했다. 나는 대학교도 중고등학교처럼 열심히 공부만 하면서 보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한 기분이었다. 또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회사의 섭리를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회사의 형태와 포지션을 찾아보고자 했다. 그렇게 총 6번의 인턴을 했다. 글로벌 대기업들과 스타트업을 거쳐 마지막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다.

마지막 회사에서 1년 가까이 근무한 이후 깨달았다.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뭔가가 계속 잘못된 기분이었다. 나는 신사업 개발을 했는데, ‘돈 잘 버는 기업이 돈을 더 잘 벌게 해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현타가 지속적으로 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환경에서는 내 장점을 전혀 발휘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환경과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그때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어느 날 내 모습을 봤는데 너무 만족스럽지 않았고 슬펐다. 매일 영혼이 갉아먹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시점에 퇴사를 결심했다. 다음 근무지도 정하지 않은 채 회사를 나와버렸다.

몇 달 뒤 다시 구직을 시작했을 때에는 한 회사와 영어 강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 일은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연봉협상에 성공을 했었고 안정적인 정규직이었다. 학원 일을 하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나에게 잘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었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어 강사의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회사 경력서에 공백기가 생긴다는 것이었고,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 큰 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러 다니고, 답답한 마음에 신점을 보러 가기도 했다. 회사 선배들은 한 번 회사를 떠나면 돌아오기 쉽지 않다며 나를 만류했다. 무당은 “너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며 “너 좋을 대로 살아라”라는 점괘를 내주었다. 쉽사리 결심이 서지 않았다.


어느 날은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썼다. 몇 시간 동안 앉아 A4 몇 장을 채웠다. 그러자 내 마음이 조금 더 분명하게 보였다. 나는 직업이 나의 정체성인 사람이었다. 회사에서의 나는 그 정체성에 떳떳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무한정 열정을 쏟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은 성실하게 해내기는 해도 몸과 마음이 병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 개인을 도울 때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불특정다수를 대하는 데에 능숙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나의 저런 특징을 활용하기에는 힘든 여건이었다. 여태까지 나에게 줬던 환경과는 조금 다른 환경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몰랐던 강점이나 천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 회사 밖의 세상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회사 없이도 생존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또한 배워보고 싶은 게 많았다. 글도, 그림도, 연기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배워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사람은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지 않으며 그 마음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에 지금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때에 그 마음을 소중히 대하고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싶었다. 나에게 투자를 하고 싶었다. 서른이 되기 전 적극적으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물론 언제든 도전을 할 수 있지만, 방황을 한다면 지금 하는 게 가장 부담이 적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직장에 9시간을 있어야 하고 출퇴근을 합치면 12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은 내가 회사 일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갔다.

사실 나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회사에 입사를 한다고 해도 나는 1년 이상 다닐 자신은 없었다. 그럼에도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는 오직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거봐, 회사 잘 안 맞지? 너는 프리랜서로 살아야 해.’라는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시간이 될 뿐이었다. 불확실성으로 뛰어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지금 그 확신을 가지기로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더 싫은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해 놓고 납득하기를 기다릴 것인가’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마음먹기 뿐이었다.


그렇게 학원 출근을 기점으로 나의 프리랜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달에는 100만 원도 벌지 못했으며, 두 번째 달에는 회사 다닐 때보다 100만 원을 적게 벌었다. 일을 쉬는 기간을 거치며 저금해 놨던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난 상태였다. 나를 먹여 살릴 돈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불안을 초래하는 일이었다. 내가 좋은 선택을 내린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남들은 마음에 안 드는 일이어도 계속 참아내는데 나는 인내심 없이 너무도 쉽게 회사를 그만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공백기가 길어지기 전에 회사로 돌아갈지 고민했다.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 계속 작아지던 날, 스스로와 타협을 했다. '우선은 나에게 3개월만 줘보자.' 이전에 인턴을 할 때에도 3개월이면 일에 익숙해지고 슬슬 그 일의 장단점이 눈에 들어오는 시기였다. 계속 그 회사에 머물지 떠날지 결정이 서는 기간이기도 했다. 나는 3개월 뒤인 올해 12월, 내가 어디에 가있는지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퇴사하고 월 00천씩 벌어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어요’. 우리는 이미 자리 잡고 성공한 프리랜서의 이야기만을 주로 접한다. 하지만 회사를 나온다고 바로 자기 분야를 찾아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몰랐다. 당장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에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회사에 고용되지 못하면 막연하게 굶어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글 시리즈는 프리랜서에 대한 얘기지만 성공담은 아니다. 쉽게 돈을 버는 비법이 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 프리랜서와 직장인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어중간한 사람의 얘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이야기는 나의 상상력을 넓혀주기도 하니 말이다. 나의 방황이 가볍게 읽히며 누군가에게는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조금 더 분명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해 주길 바라며 기록하고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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